X

양보, 양보, 양보에도 끝내 노사정 대타협 판 깬 민주노총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소연 기자I 2020.07.01 19:33:56

한달 동안 20번 만나 회의하고선 결국 '빈손'
민주노총 일부 몽니에 사회적대화 좌초 위기
"언제까지 민주노총 기다리나…명확한 입장 필요"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또다시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내 다수의 조합원이 지지하는 사회적대화를 소수의 강경파가 가로 막았다. IMF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타결 기대감을 높였던 노사정 대타협이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를 비롯해 사회적대화에 참여한 다른 대화 주체들은 좀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먼저 사회적대화를 제안하고도 소수의 강경파에 휘둘려 제1노총으로서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앞에서 노사정 합의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비정규직 조합원 등이 건물로 들어서는 김명환 위원장을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양보 양보 양보에도 끝내 판 깬 민주노총

민주노총의 이번 코로나19 사회적 대화 참여는 처음부터 논란이 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법적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밖에 대화의 틀을 만들어 원포인트 노사정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강경파들의 반대로 대의원회 추인을 받지 못해 경사노위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경사노위에 참여해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경사노위가 있음에도 새로운 대화 틀을 만들자는 건 민주노총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사상초유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큰 틀의 사회적대화가 필요하다는 명분에 밀려 결국 양보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대화 제안 전에 이미 한국노총·경총·대한상의·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대표자들은 경사노위를 통해 큰 틀에서 합의를 한 바 있다. 당시 노동계는 당분간 대규모 집회를 자제하고 임금·단체 교섭 시기와 기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경영계는 노동자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안전한 근무 지원을 위한 시차출근·재택근무에 협조하고, 인원 조정 대신 고용을 유지하도록 조치를 적극 실시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사회적대타협을 일궈내자는 목표아래 한달여간 노사정 주체들은 14차례 실무 협의와 5번의 부대표급 회의를 통해 최근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임금 동결 등 임금부분에서 양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해 정부가 어렵게 경영계를 설득해 해당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이같은 우여곡절을 거쳐 각 주체가 내부 추인을 거쳐 1일 최종 합의문 ‘발표’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두차례에 걸쳐 중앙집행위원회(중집)을 소집하고도 내부 반발로 결론을 내지 못한데 이어 합의문 발표 당일 강경파가 김 위원장의 협약식 참석을 가로막으면서 노사정 대타협도 좌초 위기다.

경영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을 제외하고 5개 주체는 이미 경사노위에서 노사정 합의를 내기도 했다”며 “경영계 입장에서는 이미 많은 부분을 양보했음에도 이번 합의에 민주노총이 참여를 결정짓지 못해 당황스럽고 아쉽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이번 사회적대화가 성사되면 노사 상호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좀 더 진전된 합의를 만들 수 있다. 이번 합의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없다”며 “민주노총 일부가 지도부를 옥죄고, 사회적대화 판을 깬다고 하면 정책협의를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사회적대화의 매커니즘을 막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소수 강경파에 휘둘린 민주노총 지도부

민주노총이 사회적대화 참여 문제를 두고 소수 강경파 몽니에 휘둘려 내홍을 겪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 위원장은 지난 2017년 12월 사회적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고 위원장에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다수 조합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대화 참여를 지속적으로 타진해 왔다. 김 위원장은 2018년 1월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사노위 추진과 운영방안을 논의하는 노사정대표자 회의에 8년만에 복귀해 경사노위 밑바탕이 되는 틀을 짰다. 이후 2018년 10월, 2019년 1월 민주노총은 두차례에 걸쳐 대의원대회를 열고 경사노위 참여를 확정지으려 했다.

그러나 산별 노조 등 사회적대화 참여를 반대해온 일부 대의원들이 의결과정 자체를 방해하면서 두차례 대의원 회의 모두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무산됐다. 소수 강경파에 밀려서 김 위원장 공약 이행이 불발로 끝난 것이다. 집행부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민주노총내에는 아직도 노동자의 이익은 대화가 아닌 투쟁으로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골수 강경파들이 있다”며 “이들이 사회적대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두 번째)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 첫 번째부터)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예정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이 민주노총 불참으로 취소되자 발길을 돌리고 있다.
◇민주노총, 사회적대화 참여 가능할까


민주노총의 내부 추인 과정을 마냥 기다릴수만은 없어,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22년만에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었던 정세균 국무총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내부에서 결론을 내려 상황이 정리되길 바란다”며 “협약식 자체는 취소됐으나 잠정 합의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이에 대한 노사정 논의가 또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결국 최종적으로 민주노총의 합의가 결렬이 된다면 더이상 민주노총 때문에 사회적대화가 흔들릴 수 없는 노릇”이라며 “한국노총이 참여해서 만든 노사정 합의안을 묻힐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사노위라는 사회적대화 틀이 있기 때문에 후속적 논의를 끌고 가야 한다”며 “경사노위를 거부한 민주노총을 언제까지 보듬고 가야 하나. 이제는 정부가 단호하고 명확한 입장을 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