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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비 대출 숨통…서울시 요구 ‘조합원 지위 양도’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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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I 2026.08.13 12: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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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 부동산 대책]
서울시 LTV 70% 요구 대신 담보가치 산정기준 완화
종전·종후자산 중 큰 값 적용…총량관리서도 별도 관리
조합설립 동의율·공사비 갈등 등 사업 지연요인 손질
지위 양도는 “시장 자극 우려”…중장기 검토로 남겨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발목을 잡아온 이주비 대출과 공사비 갈등 등 정비사업 규제를 일부 손질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요구해 온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일정 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서울시가 3년간 한시적으로 풀어달라고 요구했던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은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번 대책에서 제외했다.

13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 재개발·재건축 착공을 최근 10년 평균인 연 2만2000가구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도심복합사업과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8000가구를 추가로 착공해 서울에서 연간 3만가구 공급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23만4000가구 정상 착공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주비 LTV 40%는 유지…은행 대출 총량관리선 제외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다. 서울시는 그동안 조합원 이주비 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7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해 왔다. 정부는 LTV 자체를 70%로 올리지는 않았지만 현행 LTV 40%를 적용하더라도 대출 가능액을 늘릴 수 있도록 담보가치 산정방식을 바꿨다.

현재는 이주비대출 LTV를 산정할 때 정비사업 전 기존 토지·건물 가치인 ‘종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앞으로는 종전자산평가액과 정비사업 이후 신축주택의 추산 가치인 ‘종후자산평가액’ 가운데 더 큰 금액을 기준으로 LTV를 적용한다. 관련 제도는 이달 3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주비 대출을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에서도 별도로 관리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이주비를 비롯해 신축 입주단지의 중도금·잔금대출 등이 은행의 총량관리 때문에 막히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주비 대출 만으로 이주비가 부족한 조합원을 위한 별도 지원도 마련한다. 규제지역의 이주비대출은 한도 6억원, LTV 40%가 적용되는데 이를 넘어 자금이 필요한 경우 시공사나 조합이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조합원에게 추가로 대여할 수 있도록 주택금융공사의 ‘추가 이주비대출’ 보증상품을 내년 1월 신설한다.

서울시가 요구한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는 그대로 반영됐다. 현재 재개발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등소유자의 75%와 토지면적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 토지등소유자 동의율을 재건축과 같은 70%로 낮춘다. 공공재개발·재건축의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도 현행 67%에서 60%로 완화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정비구역 지정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병목을 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개발 사업자가 현금청산자 등으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할 때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보증 한도를 총사업비 60%까지 상향 운영 중인 특례도 내년까지 1년 연장한다.

재개발 조합 설립 동의율을 완화하고 사업 과정에서 반복되는 갈등 관리도 강화한다. 국토교통부에 정비사업 전문 중재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계획보다 사업이 늦어지는 곳은 정부가 직접 애로 요인을 파악해 관리하기로 했다. 시공사가 조합에 자재 물량과 단가의 세부 내역을 제출하도록 해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분쟁도 줄일 방침이다.

이는 최근 오 시장이 정부에 요구해 온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과 일부 맞닿아 있다. 오 시장은 지난 5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만나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전달한 바 있다. 서울시는 가용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공급 수단이라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국토부 “조합원 승계, 매물 출회로 시장 자극”

다만 서울시 요구가 모두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3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해 달라는 요구는 빠졌다. 현행법상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주택을 매입해도 원칙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없다. 1가구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경우 등만 예외로 인정된다.

서울시는 공사비와 분담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존 조합원이 빠져나갈 퇴로를 열어야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토부는 규제 완화에 신중한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 규제를 완화하면 급격한 매물 출회로 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정비사업 용적률을 법적 상한용적률의 1.2배까지 확대해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는 서울시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서울시와 정비사업 활성화를 둘러싼 근본적인 방향에는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는 정비사업에 적극적인데 중앙정부는 소극적이라는 오해가 있다”며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는 서울시와 100% 일치하고 방법도 90% 이상 일치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정비구역 지정보다 실제 착공 여부를 성과로 관리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최근 정비구역 지정은 늘고 있지만 공사비 갈등 등으로 착공까지 이어지지 않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조기 착공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단기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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