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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백미러'에 갇힌 자동차 제국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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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운 기자I 2026.07.14 16:03:58

폭스바겐 구조조정이 던진 경고
과거의 영광보다 미래 경쟁력 봐야
화려한 실적 이면에도 위기 도사려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백미러만 바라보며 운전하면 사고를 피하기 어렵다. 때로는 지나온 길을 확인할 필요도 있지만 운전자의 시선은 기본적으로 앞을 향해야 한다. 고금의 진리다.

한때 세계 자동차산업을 호령했던 폭스바겐도 백미러를 바라보며 달렸다. 강력한 경쟁 업체들이 유럽 시장을 파고드는 동안에도 과거의 성공 방식을 좀처럼 바꾸지 않았고 지난 영광의 시대에 기대 안주했다.

‘이렇게 멋지고 전통 있는 차가 설마 밀려나겠어’라는 확신도 뿌리깊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독일 공장 4곳의 폐쇄 가능성과 최대 10만명에 이르는 인력 감축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이 책임에서 회사는 물론 노조도 자유롭지 못하다. 폭스바겐 노조는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고용 보장과 공장 존속을 관철해 왔다. 일자리 보호를 명분으로 변화에 제동을 거는 사이 글로벌 경쟁에 대비한 기술 전환과 생산 조정은 번번이 늦어졌다.

가동률이 떨어진 공장을 유지하고 인력 조정을 막아냈을 때는 노동자의 승리를 자축했겠지만 당장의 고통을 미룬 대가는 끝내 더 큰 고통으로 되돌아왔다. ‘전통의 자동차 제국은 영원하리라’는 믿음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백미러에 비친 아름다운 풍경은 당연하게도 앞에서 다가오는 장애물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국내 자동차 노조도 백미러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회사가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이유로 ‘순이익의 30%’라는 비현실적인 성과 배분을 요구하고 매년 파업 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올해도 어김없이 업계 전반에 하투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사상 최대 매출을 잇달아 경신하며 꽃길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길 아래에는 중국 업체의 내수 공략, 미국의 관세 압박, 한층 격화된 SDV·자율주행 경쟁이라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어 있다. 지금의 호실적이 내일의 생존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늘의 이익은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투입해야 할 생존 자금이기도 하다.

지금 지켜야 할 것은 올해의 성과급만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일할 수 있는 공장과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산업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 지나온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고 미련을 버리기 어려울 것이나 지금은 백미러에 시선을 빼앗길 때가 아니다. 함정과 굽이길이 도사리는 전방을 주시해야 할 때다.

독일 동부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직원들이 구조조정 및 감원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사진=AFP)
독일 동부의 폭스바겐 공장에서 직원들이 구조조정 및 감원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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