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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영하의 날씨 탓에 조문객 대부분은 현충원 정문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안장식장으로 향했다. 20여석의 버스 안에선 고인에 얽힌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남 마산에서 상경한 진형수(61) 씨는 “김 전 대통령의 아버지가 목사로 있던 마산문창 교회에 다녔다”고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새벽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고 말했다.
부산대 출신인 김모(78) 씨는 “1960년 4.19와 1979년 부마항쟁 당시가 눈 앞에 스치듯 지나간다”며 “역사의 한 장면이 지나가는 듯 해 마음이 헛헛하다”고 토로했다.
김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모인만큼 고인의 업적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 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김 전대통령의 치적을 두고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곽성영(53·서울 방배동) 씨는 “퇴임 당시 외환위기가 있었지만 김 전 대통령만의 잘못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이전 정권에서 누적돼온 잘못과 국제 정세도 영향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인과 함께 현충원을 찾은 김정희(55·서울 중화동) 씨는 “집안 일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데 나랏 일을 하면서 모든 걸 잘 할 수 있었겠느냐”면서 “큰 일을 우리가 다 헤아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금식(63·전북 전주) 씨는 “민주화만큼은 잘했다”면서도 “아무리 정치를 잘 해도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평가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 첫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영하의 날씨에 눈발이 거세진데다 영결식 일정이 지연되면서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하지만 150여명이 넘는 시민들은 손을 비벼가며 자리를 지켰다. 일반 시민들은 별도로 마련된 행사장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영결식을 지켜봤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씨가 울먹이거나 손명순 여사의 창백한 얼굴이 화면에 잡히자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장모(62) 씨는 “전직 대통령임을 떠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송인형(67) 씨는 “장지에 올라가보지 못해 아쉽다”면서 “묘역이 조성되면 한 차례 더 들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충원 측은 앞으로 한 달 이상 묘역을 정비한 뒤 묘역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