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pick] '1달러=7위안'…中 '위안화 평가절하' 꺼내나

김인경 기자I 2019.05.16 17:21:24

인민은행, 16일 위안화 고시환율 6.8688…6일째 절하
中 "단기 약세일 뿐"…채권 발행해 유동성 흡수 노력
"美 추가 관세부과시 위안화 절하로 ''보복''" 목소리 커
"환율은 시장의 몫…美 압력 이어지면 방어의지 있어도 어렵다" 지적

[AFPBB 제공]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1달러=7위안’을 지킬 수 있을까.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불거지자 위안화 가치가 6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위안화가 1달러당 6.86위안까지 오르며(위안화 가치 하락) 시장 불안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에 맞서기 위해 결국 위안화 절하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16일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기준환율을 1달러당 6.8688위안으로 고시했다. 달러와 견준 위안화 가치가 전 거래일보다 0.06% 내린 것이다. 6일 연속 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올해 연중 저점을 찍었던 3월 21일(달러당 6.6850위안)보다 2.7% 오른(위안화 가치 하락) 수준이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이 수출하는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은 살아난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무력화된다는 뜻이다. 미국이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중국은 인위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낮추는 일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 14일 인민은행은 산하 경제매체인 금융시보를 통해 위안화 환율은 중국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무역갈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안화가 단기적인 약세 국면에 접어들 수야 있겠지만 위안화 가치의 지속적인 절하는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아울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직접 지난달 일대일로 정상포럼에서 환율을 절하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당시 “이웃 나라를 가난하게 만드는 환율 절하를 하지 않겠다”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환율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 중국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 증시 하락 등 금융시장의 혼란도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가 약세 국면에 접어들 때마다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중국은 전날(15일) 정오 홍콩에서 3개월물 중앙은행증권(Central Bank Bill)과 1년물 중앙은행증권 각각 100억위안어치 발행했다. 중앙은행증권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단기 채권이다. 홍콩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해 결과적으로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려는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번스-프릿차드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미국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으로선 위안화 가치를 현재 수준에서 관리하기보다 약세를 용인해야 얻는 게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프탄 미쓰비시도쿄은행 그룹 임원 역시 “만약 미국이 중국산 제품 모두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도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1달러=7위안을 용인해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11년 전의 일이다. 만약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까지 치솟는다면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타협 의지를 접고 ‘결사항전’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에서 만나는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이때 양측이 어느 정도 의견 일치를 본다면 미국이 추가적인 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중국도 위안화 가치 방어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양측이 이 자리에서까지 타협을 하지 못한다면 중국 정부도 달러당 7위안 선을 용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실제로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인민은행이 아무리 강력한 통제 조치를 하더라도 자본이 유출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토미 시에 OCBC 이코노미스트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환율은 결국 시장에 의해 결정이 되고 1달러=7위안은 마법의 숫자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압력이 이어질 경우 중국의 자본 유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월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위안화 가치는 미·중 무역전쟁의 변수로 요동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안화 고시환율 추이[인민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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