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현대重, 대조양 인수 재무부담 감내 가능해"

이후섭 기자I 2019.03.28 18:39:34

한기평 세미나 개최…현대중공업 크레딧 이슈 점검
5월 기업결합심사 `불확실`…"연내 인수 마무리 힘들어"
사업적 영향 `긍정적`vs단기 재무부담 확대 불가피
"조선업 회복, 대규모 현금 유입으로 실질 재무부담 완화"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는 5월로 예정된 기업결합심사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편입에 따른 그룹 전반의 차입금 부담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재무부담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조선업이 내년부터 회복세를 보일 전망인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장기 미인도 프로젝트 완료에 따른 대규모 현금 유입, 신종자본증권 단기 상환부담 완화 등으로 예상보다 재무부담이 축소됐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크레딧 세미나를 열고 현대중공업그룹의 크레딧 이슈를 점검했다. 김봉균 한기평 기업본부 평가전문위원은 “당초 대우조선해양을 그룹으로 편입 시 통합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조선업황 개선이 기대되고 난제였던 소난골 프로젝트가 해결되는 등 다소 상황이 변하면서 실질적 재무부담 수준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5월 기업결합심사 `불확실`…“연내 마무리는 힘들어”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달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법무법인 및 회계법인을 통해 기업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5월 중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와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카자흐스탄 등 해외 5개국에 우선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9개월~1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은 “기업결합심사 결과는 불확실하나, 우선적으로 신청받은 국가들이 모두 승인을 거부할 가능성은 낮다”며 “글로벌 선주사의 60%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EU의 승인을 얻는 것이 중요한데, 이들이 승인 거부를 하지 않는다면 인수를 진행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조건부 승인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는 관측이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50% 보다는 다소 높게 보고 있으나, 연내 마무리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사업적인 영향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합산 수주잔고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1%로 2~3위권에 비해 3~4배 차이 나는 대형 조선사가 탄생하면서 영업 밋 수주 교섭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인수 과정이 장기간 소요되고 기업결함심사 등의 변수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당장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수주경쟁 완화로 선가 인상이 기대되며, 원재료 통합 구매로 원가절감도 가능할 전망이다. 김 위원은 “수주 경쟁 강도만 낮아져도 최근 수주가 증가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선가가 최소한 5~7% 상승할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 효과로 1000억원 수준의 원가절감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 재무부담 확대…“실질적 부담은 감내 가능한 수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단기 재무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합산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5400억원 수준인데, 대우조선해양이 편입되면 2조212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은 “2조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는 내년에 금리가 대폭 오를 수 있어 사실상 차입금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처입금 부담은 더욱 커진다”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축소되면서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자금 부족시 최대 1조원 규모의 지원 의무도 부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기평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통합 신용도가 양호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이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그룹이 실질적으로 감수할 재무부담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조선업은 올해를 저점으로 내년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환경규제 강화로 폐선 연령이 낮아지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진단이다. 김 위원은 “LNG선 신규 수주는 당분간 지속되면서 향후 1년 6개월 사이에 적어도 100척 이상의 발주가 나올 전망”이라며 “국내 조선사들은 올해까지 영업손실을 이어가겠으나, 내년 흑자전환이 가능하며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신규수주가 LNG선에 치중됐고, 아직 선가 상승이 충분하지 않아 회복세는 시장 기대보다 완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재무부담이 다소 줄어든 점도 한기평의 시각을 바꾸는데 일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1척을 인도하며 4600억원을 확보했다. 김 위원은 “소난골 드릴십 2척 중 남은 1척도 조만간 인도할 예정이라 예상치 못한 9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며 영업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2조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도 굉장히 좋은 조건으로 변경된 것으로 알려져 재무부담 폭이 상당히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기관투자자들에 분할 매각하기로 현대중공업그룹과 잠정 합의했으며, 영구채 금리도 2022년 이후 이자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다만 현대중공업지주(267250)의 신용등급 개선 동력은 약화됐다는 진단이다. 김 위원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조선 부문의 비중이 기존 43%에서 61%로 늘어난 지주의 신용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으로 차입부담을 얼마나 완화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 모니터링을 지속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기평은 현대중공업지주에 `A-(긍정적)`, 현대오일뱅크와 대우조선해양에는 각각 `AA-(안정적)`, `BB+(긍정적 검토)`의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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