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안보위협 대응, 자주국방력 강화 숙제
아직도 휴전선에선 남북 군대 100만명 이상이 대치하고 있다. 핵을 싣고 남한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도 수백 발이다. 비핵화에 진전이 있더라도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와 120만 북한군의 재래식 위협은 그대로 상존해있다. 게다가 최근 동북아 일대 바다와 하늘을 무대로 관련국들의 주권이 충돌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중·일 간에는 오랜 영토 분쟁으로 군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양측 전투기와 함정들이 한반도 인근에 긴급 발진하는 횟수도 늘고 있다. 이어도와 같이 한·중·일 3국 방공식별구역(ADIZ)이 겹치는 중첩 지역의 경우 3국 군용기가 모두 출격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벌어진다. 북한을 넘어 강대국과 발생할지 모르는 분쟁에 대비한 ‘최소억제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기지는 못해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이른바 ‘고슴도치 전략’ 기반의 억제력 제고다. 우리 군의 해군력과 공군력이 한반도를 넘어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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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군은 그동안 지상군 강화에 치중하는 한편 공군력과 감시정찰 능력 등에선 미군 의존도를 크게 높였다. 이에 따라 전작권 환수를 위해선 정보·감시·정찰(IRS) 자산과 미사일 방어체계, 원거리 정밀타격능력 등 필수 전력을 조기에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 군이 주도하는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한미연합군 사령관을 겸직하는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 지난 2014년 한·미는 전작권을 향후 한국군에 넘길 경우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미래사령부’를 만들기로 합의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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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기존의 병력 위주의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전력 중심으로 군 구조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20세 남자인구가 현재 35만명 수준에서 2022년에는 25만명으로 4년 만에 10만명이나 줄어든다. 군 정예화는 더이상 늦출 수 없다. 중국도 400만명 이상의 상비병력을 220만명 수준으로 감축했고 일본 역시 25만명 수준이지만 세계 8위 군사력으로 평가받는다.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된 군 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현재 62만명 수준인 병력 규모를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병 복무기간도 육군 기준 18개월로 줄였다.
국방부는 군 복무기간 단축과 병력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4차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과학기술에 기반한 정예화된 부대와 전력구조로 군을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육군 전투병과의 핵심인 ‘보병’은 이제 도보로 행군하고 싸우는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나 첨단화 된 전술차량과 장갑차 등으로 기동하는 시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센서로부터 탐지한 표적을 빅데이터와 기계학습(Deep learning) 기반의 인공지능을 활용해 표적의 종류와 위치·규모 등을 분석하고 최적의 타격 수단을 추천하는 등 지휘관의 결심을 돕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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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 된 국가에 걸맞는 군대로 거듭나는 것도 국민들의 요구다. 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위해야 한다. 헌법 제 5조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은 준수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국군사이버사령부와 전(前) 기무사령부가 정치 댓글공작 등에 관여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위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결과적으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저하됐다. 군복 입은 군인이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고, 군은 전투임무에 전념하는 새로운 국군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발전과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권과 복지가 구현되는 병영문화를 만드는 것도 우리 군이 할 일이다.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재의 군 복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병 봉급 인상과 더불어 병사의 24시간을 관리 및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기존 관행에서 탈피해 사적 생활영역을 보장한다는게 국방부 구상이다. 군사대비태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일과 후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과 평일 일과 이후 외출 허용 등을 추진하는 이유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 군은 앞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제도와 의식을 개선할 것”이라면서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국민이 신뢰하는 진정한 국민의 군대로 체질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