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점진적 개혁으로 수사·기소 분리 완성…핵심은 기관간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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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5.08.01 17:54:23

서울변호사회, ''수사-기소 분리'' 학술대회 개최
김면기 "기관간 협력 강화·탄력적 제도설계 필요"
조기영 "점진적 개혁론은 정치적 레토릭" 반박
김기원 "수사기관이 0심 재판기관 역할" 우려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형사사법체계 개혁의 쟁점-수사·기소 분리’ 학술대회 제2주제 발표에 나선 김면기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영국의 경우 수사·기소 분리가 수십년에 걸친 점진적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고 밝혔다. 토론자들은 영국과 독일 사례를 통한 시사점을 제시하면서도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구체적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형사사법체계 개혁의 쟁점-수사·기소 분리’ 학술대회에서 김면기(왼쪽 두번째)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면기 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주원 고려대 법학연구원장, 류경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 (사진=서울지방변호사회)
“영국, 1979년 살해사건 계기로 수사·기소 분리 진행”

김면기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영국의 수사·기소 분리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영국에서의 수사·기소 ‘분리’는 일시점에 발생한 ‘사건’이라기보다는 오랜시간을 통해 이루어진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영국 개혁의 결정적 계기는 1979년 ‘콘페이트(Confait) 살해사건’이었다. 그는 “당시 피의자는 청소년 3명이었고 그 중에는 발달장애인도 있었는데, 경찰의 강요에 의해 허위자백을 했고,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로 석방됐다”며 “경찰기관이 수사와 동시에 기소 업무까지 전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들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981년 필립스(Philips) 보고서가 발간됐고, 1985년 범죄기소법 제정, 1986년 국가기소청 설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김 교수는 “당시의 수사·기소 업무 사이에 ‘분리’는 작은 선을 그은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며 “공적 소추기관은 기소 여부에 대한 법적 조언, 공소의 유지를 정도를 담당했고, 수사 후의 ‘기소개시 결정(Charging)’은 여전히 경찰의 권한에 속했다”고 했다.

실질적인 분리 완성은 2003년에 이뤄졌다. 김 교수는 “2001년 발간된 올드(Auld) 보고서는 150년 넘게 유지되던 경찰의 ‘기소개시’ 결정권을 국가기소청으로 이전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이후 2003년 제정된 형사사법법(Criminal Justice Act 2003)을 통해 기소개시 권한이 국가기소청에 이양됨으로써, 수사·기소분리가 실질적으로 ‘완성’되기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영국과 한국 법제를 비교하면서 영국의 ‘공동 실행 계획(Shared Action Plan)’을 주목했다. 그는 “검사가 경찰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경찰과 협의를 통하여 작성하는 계획 문서”라며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보완수사’가 검사의 요청으로 경찰에 의해 진행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부재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체계적인 기준과 방식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기영 교수 “점진적 개혁론, 정치적 레토릭 경계해야”

토론에 나선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면기 교수의 발표 내용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점진적 개혁론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점진적 입법 과정에 대한 강조가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에 대한 시간을 끌거나 형사절차의 개혁 속도를 늦추기 위한 ‘정치적 레토릭’으로 활용될 수 있는 위험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상황을 설명하며 “우리나라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논의 및 추진은 급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점진적 논의와 입법 과정을 거쳐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미 제정 형사소송법 당시에 입법자들은 조만간 수사·기소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당시 엄상섭 의원의 발언을 인용했다.

독일 사례 분석을 통해서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독일에서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이고 이론적으로 경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지만, 현실은 경찰 주도의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일상 범죄에 대한 전체 수사의 약 80%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며, 사건 기록은 수사 종료 후에야 검찰에 제출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 교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법무부에 소속되도록 하는 것보다는 행정안전부나 그 밖의 기관에 소속되도록 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방향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수청이 공소권을 지니는 공소청과 함께 법무부에 속하게 되면 하나의 기관에 2개의 막강한 권한이 집중될 수 있고, 행정부의 위계 구조 아래서 사실상 수사권과 기소권이 상호 견제와 균형 없이 결합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원 변호사 “수사기관이 사실상 0심 재판기관 역할”

김기원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는 실무적 관점에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사실상 ‘형사 0심 재판기관’의 지위에 근접하게 되었다”며 “수사기관은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해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데도, 그 결정(불송치, 기소, 불기소)의 대부분은 실질적으로 뒤집기 어렵고, 1심조차 이를 ‘사후적으로 검증할 기회’를 충분하게 제공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구체적 통계를 제시하며 “실제로 우리나라의 형사사건 유죄율은 97% 이상이며, 무죄 판결을 한 판사조차도 ‘수사기관이 받을 인사상 불이익’이나 ‘상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을 우려하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기소 기준의 현실화와 재판중심주의 실현 △사인소추 제도 도입 △기소 대배심 제도 도입 △수사절차에서의 절차적 권리 보장 강화 등을 꼽았다.

기관간 협력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대

한편 기관간 협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공감대를 나타냈다. 김면기 교수는 “영국에서는 수사·기소 분리 과정에서 검사의 경찰 파견제도 또는 자문제도(CPS Direct)가 활발하게 활용된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앞으로 보다 다양한 형태의 협력 모델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소청 설립 초기에 임시로 공소청 검사가 수사기관에 파견근무하며 보다 조기에 사건 정보를 공유하고, 강제수사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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