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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가심비" 가정간편식 '지고' 레스토랑간편식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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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5.11.25 17:02:05

HMR 성장률 1~2% 성장 그쳐
업계, 호텔식 RMR로 전환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성장 제로’ 쇼크에 직면하자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특급 호텔의 노하우를 이식한 레스토랑 간편식(RMR)을 구원투수로 등판시키며 정체된 시장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조선호텔 유니짜장’, ‘조선호텔 삼선짬뽕’ 가정간편식 밀키트. (사진=이마트)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약 7조 1200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이미 7조원에 육박했던 점을 고려하면 연간 성장률은 사실상 1~2%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실질적인 시장 규모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HMR 시장은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5~20%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 이후 외식 수요가 회복되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단순히 조리가 간편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워진 셈이다.

성장 둔화에 직면한 기업들은 생존 전략으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겨냥한 고급화를 택했다. 유명 셰프와 협업하거나 호텔 레스토랑 수준의 메뉴를 제품화한 레스토랑 간편식(RMR)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집에서 수준 높은 요리를 즐기려는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요의 이동은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컬리의 ‘2024년 연말 결산’을 보면 간편식 카테고리 중 이연복의 목란, 최현석의 쵸이닷 등 유명 셰프와 협업한 RMR 제품이 판매량 상위 1~10위를 휩쓸었다.

이런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다. 워커힐은 숯불갈비 전문점 명월관의 갈비탕과 불고기, 한식당 온달의 육개장 등 간판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를 밀키트로 제품화했다.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호텔 맛집 메뉴를 대기 없이 집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 호응을 얻었다. 해당 제품들은 명절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푸드와 협업한 조선호텔앤리조트는 강력한 유통망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마트와 SSG닷컴을 통해 선보인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삼선짬뽕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품은 고급 중식당의 맛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겨냥해 함박스테이크와 떡갈비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RMR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홈파티 문화도 RMR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63레스토랑 뷔페 파빌리온의 인기 메뉴인 양갈비 스테이크와 중식당 백리향의 동파육을 간편식으로 내놨다. 재료 준비와 조리가 까다로운 고급 요리를 집에서 10분 내외로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신혼부부나 1인 가구 사이에서 선물용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황형 소비 패턴이 심화하면서 HMR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 프리미엄 상품 개발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형 소비가 뚜렷해지면서 초저가 상품이나 호텔 RMR 같은 프리미엄 상품만 살아남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어중간한 제품보다는 확실한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RMR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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