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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어 놓은 땅도 외면받는데…‘원형지’는 누가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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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I 2026.10.21 16: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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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원형지 분양' 검토 지시
업계 "땅값·공사비 부담이 더 문제"
부지 조성비·지반 위험에 사업성 우려
LH 공공택지 45% 유찰…입주도 미지수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택지 조성을 마치기 전에 땅을 공급하는 ‘원형지 분양’ 검토를 지시했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조성된 공공택지도 높은 토지가격과 공사비 부담 등으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부지 조성 비용과 사업 위험까지 떠안아야 하는 원형지를 민간이 적극적으로 사들이겠느냐는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원형지 분양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 구상을 놓고 시행·시공업계에서는 사업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토지가격과 공사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조달 여건도 좋지 않아 택지 공급 방식만 바꾼다고 민간의 사업 참여가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원형지 분양은 택지를 미리 조성해 공급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개발사업자가 땅을 공급받아 부지 조성부터 건축까지 직접 추진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토지 정비와 기반시설 조성을 마친 뒤 용도별로 나뉜 택지를 공급했다면, 원형지 방식은 개발사업자가 정해진 도시계획의 범위에서 부지 조성과 건축계획을 연계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인천 계양 3기 신도시 현장에서 공공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방안으로 원형지 분양을 제시했다. 택지 조성이 끝나기 전부터 건축물 배치와 설계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일부 중복되는 토공 작업을 줄여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실제 개발사업자의 자율성이 확대되고 사업성이 개선되면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업성이 늘어나면 개발이익이 늘어나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공급 속도를 높이려는 의욕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건설 원가가 오르는 반면 이를 분양가격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택지 매입비와 공사비, 금융비용 등을 감안해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분양가를 높이면 수요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신도시는 주택뿐 아니라 상업·업무시설 등도 함께 조성해야 하는데 상권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비주거시설의 분양이나 임차인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땅을 공급받더라도 실제 사업에 착수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공공택지 매각 실적도 부진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급 공고한 공공택지 22필지 중 10필지(45%)가 유찰됐다. 주거용지 외에 상업·공장용지 등을 포함한 것으로, 올해 7월 기준 장기 미매각 토지도 707필지, 공급가액 3조 4491억원에 달했다.

공사비 상승은 이러한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로 전년 동월 대비 5.98% 올랐다. 국토교통부도 지난달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적용하는 기본형건축비를 4.07% 인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형지 그대로 공급한다고 해도 땅이 좋아야 사지 않겠느냐”며 “지금은 시행사의 자기자본도 많이 필요하고 선매각이나 임차인 마스터리스(장기 책임임차) 구조가 없으면 PF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업 속도를 높이려면 기존 미매각 택지의 용도를 조정하거나 분양가를 낮추는 등 사업성을 개선하는 방안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원형지 공급에 따른 추가 비용과 위험도 부담이다. 택지 조성과 아파트 기초공사는 작업 내용이 달라 일부 토공을 줄이더라도 기초공사는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오히려 민간이 부지 조성을 맡으면 지반·지하수 등 현장 조건에 따른 위험과 추가 공사비를 부담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지 조성과 건축을 연계하더라도 실제 줄일 수 있는 공종은 제한적”이라며 “현장 안전성과 LH와의 추가 비용의 책임소재 등 협의할 것이 늘어나게 된다”고 했다.

토지를 조기에 공급하더라도 기반시설 조성과 지자체 인허가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입주 시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사실상 공급 속도를 앞당길 수 있는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까지 빨리 하겠다는 목표라면 가능할 것도 같지만 입주까지 목표로 한다면 그냥 시행하는 것과 똑같을 것”이라며 “인허가권은 지자체에 있고 도로와 교통, 녹지 등 기본적인 시설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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