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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文·金과 함께한 이들도 ‘말들의 향연’

김미영 기자I 2018.09.20 18:35:47

‘요술사’란 최현우에 리설주 “제가 없어지나요?”
이재용 “북은 ‘과학중심 인재중심’, 삼성은 ‘기술중심 인재중심’”
아흔 넘은 김영남 “통일 위업 성취까지, 이 모습대로”
퇴임 코앞 송영무는 “해병대 시켜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의 첫날인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리용남 내각 부총리와 인사하는 모습이 서울 동대문구 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서울프레스센터 화면에 녹화 방송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18일부터 2박3일 동안 진행된 3차 남북정상회담의 주인공은 단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었지만, 두 정상의 회담 과정에 관여한 남북측 인사들도 조연으로 빛을 냈다. 이들이 때로는 분위기를 띄우고 웃음을 자아내는 말들의 향연을 벌인 덕분에 회담은 더 풍성한 화제거리를 낳고 마무리됐다.

이재용 “평양 처음 와서 ‘한민족’ 느껴” vs 리용남 “여러 측면서 유명 인물이던데”

김 위원장의 부인으로 4.27 1차 정상회담 당시 방남해 우리 국민에게도 친숙한 리설주 여사는 남측 인사들에 살갑게 대하면서 재치있는 말들도 건넸다. 리 여사는 18일 옥류 아동병원 방문 때 마술사인 최현우 씨로부터 ‘요술사’란 소개를 받자 “제가 없어지나요?”라고 되물어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리 여사는 19일 옥류관 오찬 때엔 4월 판문점 만찬의 추억을 더듬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옥류관 냉면을 공수해갔던 때였다. 리 여사는 유홍준 국민대 교수에게 “판문점 연회에서 옥류관 국수를 올린 이후로 우리나라 찾아오는 외국손님들이 다 랭면 소리하면서 랭면 달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남한에 남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언급, “너무 맛있다고 두 그릇을 뚝딱... 오늘 못 오셔서 섭섭하다. 오셨으면 정말 좋아하셨을텐데”라고 말해 눈길을 샀다.

재계 1위 삼성의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말들도 화제가 됐다. 이 부회장은 18일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와 만나 “평양은 처음 와 봤다.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보고 경험하며 ‘이게 한민족이구나’ 느꼈다”면서 “우연히 보니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 쓰여 있었다.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라고 말했다. 첫 평양 방문에서 얻은 북한과의 친밀감 표현이었다.

이런 이 부회장에 리 부총리는 미묘한 뉘앙스의 인사말을 건넸다. 리 부총리는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국정농단 사건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란 분석과 ‘덕담’에 방점이 있단 해석이 동시에 나왔다.

1928년생으로, 요동쳐온 한반도 역사를 몸소 겪었고 남북 정권 변천사를 지켜봐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우리 정당 대표들을 만나 남긴 말도 인상 깊다. 김 위원장은 19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의 만수대의사당 면담에서 “1년 전에 뵀을 때나 지금이나 같다”는 정 대표의 인사에 “(정동영) 선생 모습이나 리해찬 선생 모습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 통일의 위업을 성취할 때까지는 영원한 이 모습대로 고저(그저) 활기 있게 싸워 나자”고 힘줘 말했다. 이어 “우리가 모두 졸장부가 돼서야 되겠나. 대장부가 되자”고 강조했다.

‘노쇼 논란’ 야기한 3당 대표 “산만해지니까”…북측은 회담날짜 ‘오기’

김 위원장과 정당대표들의 만남까지는 ‘잡음’도 나왔다. 당초 세 대표들은 전날 안동춘 부의장 등 북측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을 갖기로 했으나 면담장에 나타나지 않아 ‘노쇼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이해찬 대표는 “정상회담 배석자 수가 갑자기 예상보다 많이 줄어드는 바람에 장관들이 이쪽에(김 위원장과의 면담) 합류를 했다. 당대표 3명과 장관들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어서 불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산만해지니까 별도로 하려고 했는데, 별도로 만나는 스케줄이 안 잡혀서...”라고 했지만 ‘결례’를 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 대표는 여기에다 김 위원장에게 “2000년 6·15 정상회담과 노무현 대통령 때까지도 잘나가다 우리가 정권을 빼앗기는 바람에 지난 11년 동안 남북 관계가 단절돼 여러 손실을 봤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정해져, 보수야당의 반발을 샀다.

회담 시작 하루 전 이뤄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발목이 잡힌 정경두 후보자 대신 방북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의 ‘과격’ 발언이 입방아에 올랐다. 송 장관은 서울 답방을 약속한 김 위원장의 한라산 등반 얘기가 화제에 오르자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퇴임을 코앞에 둔 장관의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에 주변인사들은 모두 웃었다.

말 아닌 ‘활자’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19일 숙소인 백화원 정원에 모감주나무로 기념식수 행사를 가졌는데, 나무심기가 끝난 뒤 모습을 드러낸 표지석에 ‘평양 방문을 기념하여 2018. 9. 18 - 21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새겨져 있었던 것. 정상회담 날짜가 18~20일이므로 날짜 ‘오자’가 나온 것이다. 청와대는 “표지석을 준비한 북측에서 잘못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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