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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은행잎인데 효과는 다르다?”…치매 걱정에 ‘뇌영양제’만 먹었다간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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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완 기자I 2026.09.17 16: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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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깜빡임·행동 변화는 치매 전조일 수도…조기 진단이 ‘골든타임’
은행잎 건기식과 의약품, 용량·표준화·품질관리 기준 달라
임상에선 표준화 은행잎 추출물 200~240mg 활용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늘 먹던 디저트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미 집에 있는 LP를 다시 주문하고, 평소 잘 만들던 음식의 간을 맞추지 못한다. 아내가 매일 맞던 인슐린 주사마저 낯설게 느껴진다.

JTBC와 SK케미칼(285130)이 공동 기획하고 대한치매학회가 참여한 단편영화 ‘영식스티’ 속 주인공 영식에게 나타난 변화다. 영화는 2055년 서울을 배경으로 60대 남성이 서서히 인지기능 저하를 겪는 과정을 통해 치매 조기 발견과 전문 치료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1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단편영화 ‘영식스티’ 특별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참석자들이 영화와 치매 조기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진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권해효 배우, 용이 감독. (제공=SK케미칼)
1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단편영화 ‘영식스티’ 특별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참석자들이 영화와 치매 조기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희진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권해효 배우, 용이 감독. (제공=SK케미칼)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기보다 주관적 인지저하(SCD), 경도인지장애(MCI)를 거쳐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워지는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

영화 초반 영식은 주문한 물건을 카페에 두고 오거나 17시를 오후 7시로 착각하고, 차량 위에 커피를 올려둔 채 출발한다. 누구나 한두 번 경험할 수 있는 실수지만 이전과 다른 행동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노화로만 보기 어렵다.

영화 중반 이후에는 자녀 이름이 생각나지 않거나 아내의 인슐린 주사를 처음 보는 것처럼 느끼는 장면도 등장한다. 평소 만들던 음식의 맛을 맞추지 못하는 모습도 나온다. 후각·미각 변화 역시 퇴행성 뇌질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 중 하나다.

김희진 한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평소와 다른 기억이나 행동의 변화가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단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기식 의존하다 ‘골든타임’ 놓칠 수도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핵심은 증상이 가벼울 때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치매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과 청력 저하, 음주·흡연, 운동 부족, 사회적 고립 등 여러 위험요인과 연관돼 있어 조기 진단 후 종합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란셋위원회는 2024년 보고서에서 여러 치매 위험요인을 관리할 경우 인구집단 수준에서 치매 사례의 약 45%가 예방되거나 발병이 지연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FINGER 연구에서도 식이·운동·인지훈련과 혈관 위험인자 관리 등을 함께 시행한 집단에서 인지기능이 대조군보다 양호하게 유지됐다.

문제는 기억력 저하를 느낀 뒤 병원을 찾기보다 이른바 ‘뇌 영양제’에 먼저 의존하는 경우다.

대표적인 인지기능 관련 건강기능식품 성분인 포스파티딜세린 제품 판매액은 2021년 60억원에서 2025년 508억원으로 4년 만에 8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질환을 치료하는 의약품과는 다르다. 포스파티딜세린 역시 ‘노화로 인해 저하된 인지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인정받았을 뿐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치료 적응증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같은 은행잎 추출물도 건기식과 의약품은 다르다

은행잎 추출물 역시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표준화 은행잎 추출물은 임상연구에서 하루 200~240mg 수준이 주로 사용돼 왔다. 아시아 전문가 그룹 ASCEND 역시 경도인지장애 관리 옵션으로 표준화 은행잎 추출물 200mg 이상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은행잎 추출물 하루 섭취량은 이보다 낮다. 무엇보다 건기식은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치료 효과를 목적으로 허가된 제품이 아니다.

SK케미칼의 은행잎 추출물 의약품 ‘기넥신에프정’ 240mg 제품. (사진=SK케미칼)
SK케미칼의 은행잎 추출물 의약품 ‘기넥신에프정’ 240mg 제품. (사진=SK케미칼)


품질관리에서도 차이가 있다. 은행잎 의약품은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 등에 따라 플라보노이드와 테르펜락톤 등 주요 성분 함량이 일정 범위에서 관리된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과 동일한 규격과 관리체계를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기억력 저하나 행동 변화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건강기능식품만 복용하며 경과를 지켜보는 것은 오히려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 시작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영순 대한치매학회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하는 수준으로 봐야 한다”며 “건기식에 의존해 자가진단과 영양제 섭취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영식스티’가 마지막에 영식과 아내의 병원 방문 결심을 보여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매 관리의 출발점은 ‘무엇을 먹을까’보다 ‘지금 내 인지기능이 어떤 상태인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데 있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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