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감한 정책금융' 내세웠지만
산은법 법정자본금 한도에 발 묶여
불투명한 정치상황에 추후 논의 일정 미정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한국산업은행 수권자본금(증자할 수 있는 최대 법정자본금)을 확대하려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산은법)이 국회에서 논의 첫발도 내딛지 못한 채 잠들어 있다.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을 주축으로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법정자본금이 한도까지 차 있어 정책금융 운영에 발이 묶였다. 국회는 3월 중 임시국회를 열고 법안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탄핵 정국 속 정치 상황이 불투명해 상반기 중 법안처리를 위한 상임위원회가 열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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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0일 법안심사제1소위 안건으로 산은법을 상정했으나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다수의 쟁점 법안에 밀려 논의하지 못했다.
산은법 개정안은 산은이 법적으로 증자할 수 있는 자본금 한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국회에 발의된 산은법 개정안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수권자본금을 40조원, 50조원, 60조원으로 증액하자는 내용이다. 여야 모두 증액 필요성에는 동의하나 증액 한도에 이견이 있다.
산은의 법정자본금은 2014년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증액한 이후 지금까지 30조원에 머물러 있다. 지난 9월 기준 납입자본금 잔액은 26조 3100억원으로 법적 자본금 30조원에 근접(소진율 87.72%)한 상태다. 산은은 이 자본금을 바탕으로 대출, 보증, 투자 등의 방식으로 산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반도체 산업 지원 등을 목적으로 산은에 1조 6622억원 출자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 출자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산은 자본금은 거의 한도를 채우게 된다. 산은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충족하면서 정책금융을 확대하려면 필수적으로 법정자본금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과감한 정책금융’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산은법 논의 자체가 지연돼 정책금융 집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산은법 개정안도 언제 다시 논의할지 불투명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론에 따라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어서 법안 논의를 위한 상임위원회 개최 자체가 미지수다. 정무위 소속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산은법만 다루는 게 아니라 반도체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과도 연결돼 있고 또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슈도 있어서 빠르게 논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