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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고대부터 그랬다. 공예용과 장식용으로 널리 쓰이는 부유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작은 금 돌반지를 주는 것도 ‘변치 않는 가치’와 관련이 있다. 금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와 함께 값어치가 떨어지지 않는 금을 필요할 때 팔아서 쓰라는 지혜가 담겨있다.
금이 다른 귀금속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화폐 기능이다. 금은 한때 기축통화였을 정도로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그 가치가 안정돼 있으며 운반·보관이 용이한, 화폐 기능을 가진 안전한 귀금속이다. 배당도 이자도 없고 오로지 시세 차익만 노리는 자산인 데도 금이 꾸준히 주목 받는 건 이유가 있다.
이런 금이 최근 경제위기 국면에서 도드라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계적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에 보낸 서한을 통해 “향후 1년간 금 가격이 온스당 1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지금은 금을 살 때”라고 밝혔다.
간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1660.80달러를 기록했다. 전거래일 대비 6.0%(93.20달러) 급등한 수치다. 현재 금값은 2011년 1900달러 이상 간 뒤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 골드만삭스의 조언은 당분간 금값이 오를 것이니 투자에 나서라는 의미다.
골드만삭스가 금을 추천한 것은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 최근 각국의 무제한 양적완화(QE)로 추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인플레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기에는 실물자산 투자가 금융자산 투자보다 유리하다. 실물자산 중에서도 금은 가장 대표적인 인플레 헤지 상품으로 꼽힌다. 최근 4거래일간 금 가격이 온스당 200달러 가까이 급등한 건 연방준비제도(Fed)의 잇단 부양책을 등에 업은 것이다.
게다가 이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최대 2조달러의 부양 패키지에 합의했다. 이 역시 금값 상승 재료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미 전고점을 넘어 온스당 2000달러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담당 헤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 부양책은 통화가치 하락을 유발하게 마련”이라며 “(인플레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최종 통화(currency of last resort)는 금”이라고 설명했다.
짐 루크 슈로더스 펀드매니저는 “제로에 가까운 금리가 이어지는 동안 정부는 재정을 풀어 물가를 목표치까지 끌어올리려 할 것”이라며 “이보다 더 좋은 금 가격 강세장 환경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