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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빗썸의 렌딩플러스에서 발생한 10월 강제청산 건수는 7632건으로 집계됐다. 9월 1886건 대비 4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렌딩 서비스는 보유한 코인을 담보로 맡기고 원화나 다른 코인을 빌리는 구조로, 담보가치가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질 경우 시스템이 담보를 매도해 대출금을 자동 상환(강제청산)한다. 담보 대비 대출 비율이 높을수록 가격 변동에 취약해 청산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10월 청산 폭증은 대부분 11일 하루에 집중됐다. 이날 빗썸 내 테더(USDT) 가격이 단기간에 1000원 아래로 급락하며 담보평가 기준이 무너졌고, 단 하루에 7000건이 넘는 자동상환이 발생했다. 테더 가격이 시장가와 괴리를 보이며 과도하게 미끄러지면서 담보자산을 USDT로 구성한 이용자들의 포지션이 연쇄적으로 청산 트리거에 걸린 것이다.
10월 11일 쇼크 이후 가상자산 레버리지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로 돌아섰다. 10월 전체 청산 7632건 중 11일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의 청산은 약 266건에 불과했다. 사실상 특정 시점에 집중된 ‘일시적 폭발’이 한 달 통계를 끌어올린 셈이다. 여기에 11월 1~20일 강제청산은 19건, 금액은 9800만원 수준으로 10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
9월 1886건, 10월 7632건, 11월 19건으로 널뛰기 흐름을 보였지만, 가격 하락세가 이어진 11월에 청산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데 대해 업계는 “청산될 포지션이 없어서”라고 해석한다. 10월 급락장에서 고위험·고LTV 이용자들이 대부분 먼저 털린 데다, 남은 포지션의 담보대출비율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빗썸의 평균 LTV도 계속 하락했다. 지난 6월 32.1%에서 9월 16.1%, 10월 15.0%, 11월 14.3%까지 내려갔다. 담보 100만원을 맡길 경우 14만원대 수준만 빌린 셈으로, 웬만한 가격 급락으로는 강제청산 기준에 도달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10월 사고 이후 이용자들이 레버리지에 대한 위험을 직접 체감했다”며 “담보를 더 넣어 LTV를 낮추거나 아예 대출을 정리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대출잔액도 크게 줄었다. 빗썸의 월간 대여금액은 7~9월까지 1조원대에서 움직였지만 10월 5214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달(1~20일)에는 3277억원으로 더 줄었다. 모수 자체가 줄면서 청산이 발생할 여지가 작아진 셈이다. 내부 제도개편도 영향을 미쳤다. 빗썸은 8·9월 두 차례 렌딩플러스 규정을 손보며 최대 대여비율을 기존 200%에서 85%까지 낮췄다. 대여비율은 담보 대비 최대 대출 허용 비율(LTV 상한)에 해당한다. 10월과 11월 신규 포지션은 이 강화된 기준이 적용돼 고레버리지 수요가 대폭 차단됐다.
특히 빗썸에서 마련한 도미노 청산 방지 프로그램이 제 때 작동하지 못한 것도 10월 11일 혼란을 키우면서 신뢰도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이 빠르게 무너지는 시점에 지연이 발생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이후, 렌딩 신규 유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가격 급락보다 시스템 장애가 더 위험하다”며 레버리지 시장에서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비활성화된 신호…완충층 얇아져 충격에 더 취약할수도”
한편 주춤하는 빗썸 렌딩 서비스와 달리 이 서비스의 후발주자인 업비트는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레버리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업비트의 지난달 24일 기준 대여금액은 177억3400만원 수준으로 빗썸에 비해서는 작지만, 평균 LTV는 50~76% 수준으로 훨씬 높다. 서비스 개시 이후 강제청산 건수도 92건에 달한다.
업계에선 가상자산 시장의 하락세로 투자 수요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레버리지까지 제한되면서 레버리지 투자 시장이 한동안 얼어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청산이 사라진 것이 안정 신호라기보다, 레버리지 기반 시장 자체가 비활성화된 신호에 가깝다”며 “레버리지 구조가 급격히 축소되면 가격 충격을 흡수할 ‘완충층’이 얇아지기 때문에, 변동성이 확대될 때 오히려 청산이 더 빠르게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