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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법위 'CEO 리스크' 점검 때…JY는 경영현안 챙겨

배진솔 기자I 2021.08.17 17:08:21

이 부회장 가석방 후 삼성준법위 첫 정기회의
연구소 발주한 ‘준법 보고서’ 수정 마무리 논의
''최고경영진 관련 논의여서 참석 안 한 듯'' 추정
대신 반도체·스마트폰·백신 등 경영 전략 구체화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첫 정기회의가 17일 열렸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대국민 신뢰회복을 도모하기 위해 이번 회의에 참석할 것이란 전망이 적잖았으나 이 부회장은 준법위 방문 대신 삼성의 경영 현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정기회의 안건이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와 관련된 것이어서 직접 참석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다음달 정기회의 이전에라도 김지형 위원장 등 준법위원들과 면담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첫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본사에 직원들이 출입하고 있다.
준법위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선 내부거래에 대한 승인 및 위원회로 들어온 신고와 제보에 대한 보고의 건 등이 진행된다.
◇이재용 미방문…준법감시위 묵묵히 역할 수행

외부기관인 삼성 준법위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진행한 정기회의에서 내부거래, 대외후원 승인 건을 비롯해 위원회로 접수된 신고와 제보에 대한 보고 등의 안건을 논의했다. 또 지난 5월께 연구용역 기관에 발주한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이에 대한 평가지표·점검 항목 설정과 관련한 보고서 초안 수정본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초안엔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위반 리스크에 대해 체계적으로 점검항목이 담겨있다. 또 대외 후원·내부거래 등에 대책과 그룹 지배구조 문제까지 총망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준법위는 이날 회의에서 보고서 마무리 시점 등을 논의하고 최종 보고서 공개·미공개 여부 등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선 일정상 이 부회장이 가석방 출소 이후 가장 먼저 준법위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앞서 이 부회장이 재구속되기 일주일 전인 1월11일에도 준법감시위 정기회의에 참석해 ‘면담을 정례화하자’고 말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재수감 후 첫 옥중메시지로도 변호인을 통해 준법위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다짐하며 준법위가 본연의 역할을 다해달라고 힘을 실어준 까닭이다.

아직 이 부회장의 방문 시점은 확정되진 않았지만 다음달 또는 정기회의 전에라도 면담 형식으로 김지형 위원장 등 위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정기회의가 아니더라도 면담 형식으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돼 나오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이재용·경영진, ‘삼성 위기인식’…무연휴 근무중

대신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업의 가장 큰 현안인 반도체·스마트폰 사업 등 현안을 보고받고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준법위를 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삼성의 복합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경영 현안을 챙기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부회장과 삼성 경영진 모두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연휴에도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출소한 이후 사흘간 광복절 연휴 내내 대면, 서면, 화상회의 등의 방식으로 김기남 반도체 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해 정현호 사업지원TF장(사장), 고동진 모바일 부문장(사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등과 논의를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 잘 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후 바로 서초사옥에 들러 주요 경영진을 만나 경영 현안을 보고 받기도 했다. 이에 지난 14일부터 이어진 연휴를 반납하고 그룹 주요 임원들은 대부분 출근해 경영 현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M&A) 실행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는 경영 공백을 빠르게 메우기 위함으로 보인다. 매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삼성의 중추 사업인 반도체에서 중요한 투자 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해 글로벌 경쟁력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을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이라는 이 부회장의 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의 TSMC와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새롭게 등장한 경쟁자인 인텔은 파운드리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도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파다하다.

스마트폰 사업 역시 위기다. 삼성은 지난 6월 샤오미에게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는가 하면 매출·영업이익 하락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백신확보도 이 부회장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로 손꼽힌다. 최근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 모더나 본사를 방문해 백신 공급 차질과 공급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다음달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하는 모더나 물량으로 백신 수급 불안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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