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논쟁]인플레 헷지 대표주자, 이젠 금 아니고 비트코인?

최정희 기자I 2021.02.18 18:01:00

금·비트코인, 생산에 한계 `희소성` 공통점 있어
비트코인, 현금처럼 결제 수단으로 사용 가능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인플레이션 헷지(Hedge·손실 위험 방지)를 위한 자산에 관심이 커지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이 금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 금값은 온스당 1770달러 수준으로 미끄러져 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선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 금 대신 비트코인이 새롭게 부상한 영향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금은 근월선물 기준, 온스당 가격, 비트코인은 개당 가격
출처: 뉴욕상업거래소(NYMEX), 코인데스크(Coindesk)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금 4월 인도분은 온스당 1771.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올 들어서 6.4% 가량 하락했을 뿐 아니라 종가 기준으로 작년 6월 25일(1763.10달러) 이후 8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은 작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그 어떤 자산보다 가장 빨리 반등했다. 작년 8월초 2000달러를 돌파,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 구리 등 다른 원자재들이 오르기 시작할 때 금은 거꾸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해외 대다수 IB들은 금이 현 수준보다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 연말까지도 금이 180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값이 힘을 못 쓰는 이유 중 하나로 금값이 상승할 만큼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 포스터 밴에크인터내셔널인베스터스골드펀드(INIVX)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투자전문 매체 시킹알파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3,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0%로 떨어졌다가 지금 2%대로 올랐는데 (2%)는 지난 20년의 평균 수준”이라며 “금은 인플레이션이 통제에서 벗어났을 때 반응하는 자산이라 인플레이션이 3%는 넘어야 금이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헷지 자산으로 금보다 비트코인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부채가 증가한다는 가정 하에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곳을 계속 찾고 있다”며 “우리는 비트코인에 조금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고 했다.

올 1월 블랙록 스트래티직 인컴 오퍼튜니티즈(BlackRock Strategic Income Opportunities) 펀드 등을 통해 비트코인 선물을 투자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각으로 18일 오후 1시께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5만2020달러(약 5752만원)에 거래돼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 중이다.

블랙록은 금의 성격이 인플레이션 헷지보다 저금리를 헷지하는 데 적합하게 변했다며 작년 4분기 SPDR의 골드쉐어 ETF(티커: GLD)를 270만달러어치 매각했다.

인플레이션은 통화 가치가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환경에선 통화 가치 변동과 무관하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자산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런 측면에서 금과 비트코인은 생산이 제한적이란 공통점이 있다.

금을 채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비트코인 역시 2100만개까지만 발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비트코인은 금과 달리 현금처럼 결제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으로 자동차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BNY멜론, 마스터카드 등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취급키로 했다.

다만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부르면서 새로운 버블이 생겨나고 있다”며 “인프레이션 헷지로 금, 물가연동국채, 원자재, 부동산, 심지어 주식 마저 합리적이지만 비트코인의 가치는 제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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