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낮, 서울 성동구의 한 헬스장은 이용객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일부 노년층과 학생들만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저녁부터였다. 오후 7시쯤 하나 둘 모여들더니 오후 8시에는 꽉 찼다. 러닝머신 등 인기 있는 운동 기구를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도 보였다. 헬스장 안의 인파를 보고 일부 회원은 입구까지 왔다가 발걸음을 되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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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헬스장을 운영하는 40대 박모씨는 “영업 제한 시간을 풀면 사람들의 밀집도가 완화되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며 “직장인 퇴근 이후인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더 위험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기 포천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은 “실내체육시설은 보통 일반인들을 상대로 운영하기 때문에 퇴근 후인 오후 7시부터 피크타임이라 사람이 몰린다”며 “정부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실내체육시설만 보면 오후 9시 영업제한은 방역 차원에선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고경호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실장 역시 “반쪽 자리 방역 정책”이라며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가 있어 영업시간을 늘려 풍선효과를 줄이는 것이 더 안전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헬스장처럼 회원등록제가 아닌 당구장·볼링장 같은 실내체육시설은 저녁 시간에도 사람이 없이 텅텅 비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님이 오는 시간대가 9시 이후이기 때문이다. 성북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A씨는 “당구장은 저녁 먹고 난 다음 시간이 본격 영업시작인데 9시에 문을 닫으니 손님이 안 온다”며 “모두가 힘든 상황인 것은 알고 있지만 영업시간을 조금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볼링장도 마찬가지다. 장석창 대한볼링경영자협회장은 “오후 9시까지 영업제한이라 지금은 아예 손님이 못 오는 상황”이라며 “1~2시간만이라도 영업시간을 조금 늘려주면 숨 쉴 구멍이라도 생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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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버스정류장인 송파구 잠실광역환승센터에는 오후 9시가 조금 넘자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서울 홍대 번화가 역시 오후 9시가 되자 집에 가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오후 9시 조금 지나서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사람이 많아서 전철 한 대는 보내고 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9시 통금’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8시부터 9시까지 특정 시간대에 사람이 몰릴 우려가 있다”며 “영업시간 제한이 오히려 밀도를 높여, 거리두기의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코로나19가 무슨 야행성 동물인가”라며 “밀집·밀접·밀폐 등 과학적 기준으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현행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거리두기 방역수칙을 2주 더 연장한다고 1월 31일 밝혔다. 다만 향후 환자 발생 추이, 재확산 위험성을 고려하여 1주 후에 완화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확진자 양상이 일시적 증가 추이인지, 감소세로 전환된 건지 판단이 어렵다”며 “수·목·금요일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