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치열한 물밑 공방전…北 추가 도발 나설까

장영은 기자I 2019.05.15 16:34:16

美 인도네시아 억류 北 화물선 미국령으로 압류
협상 우위 놓고 기싸움…양측 전략적 고민 심화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달 들어 북한이 두차례 무력 도발을 한 데 맞서 미국은 제3국에 억류돼 있던 북한 화물선을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압류했다. 두 사건은 직접적으로 드러난 인과관계는 없지만 시점상으로 양측의 전략적 판단에 의한 행보일 가능성이 크다. ‘하노이 회담’ 이후 장외에서 공을 주고 받던 북한과 미국이 물밑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북한이 지난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동안 몸을 낮췄던 북한은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저강도 무력도발에 나섰다. 특히 두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9일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 기간 중이었다.

북한은 우호국인 러시아와는 미뤄뒀던 정상회담을 했고 또다른 ‘혈맹’인 중국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이에 신형 무기의 성능을 과시하면서도 대화 분위기는 깨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외교적·군사적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전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북·미관계 경색기나 협상 교착 국면에서 반복돼 온 것이기도 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교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의 경우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부터 예상됐던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다소 (예상보다) 이르긴 하지만 당초 제시했던 연말 시한보다 빠르게 협상을 진행하자는 의중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 등 북한측의 도발에 대해 제재 강화로 강경하게 대응하던 미국 정부는 최근 북한의 도발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우연치 않게 북한이 두번째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9일 미국측은 인도네시아에 억류돼 있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기존 제재 틀 내에서 북한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앞서 하노의 회담에서 서두르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북 제재의 효과를 직접 증명한 바 있다. 미국 역시 북한과의 대화의 틀은 깨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 직접적인 비난이나 추가 제재 등은 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억류했으며, 해당 선박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령 사모아에 도착했다. (사진= AFP)
북한은 14일 미국의 선박 압류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날강도적 행위’라고 비난하며 즉각 선박을 돌려보낼 것을 촉구했다. 이후 미국측의 선박 몰수 조치 등에 따라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번 와이드 어니스트호 사례와 같이 미국측이 현 제재만으로도 추가 압박을 할 수 있어 북측의 전략적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현재 수준의 (저강도) 북한 도발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한 시한인 연말 정도까지는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며 “그 전까지는 각자가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할텐데, 북한은 외교적 입지 강화와 저강도 도발을 지속할 테고 미국은 큰 틀에서는 관대하게 가면서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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