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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안전하다더니…예상 못한 악재에 발목
25일 건설업계와 국내외 언론 등에 따르면 전날 라오스 아타프주에서 건설 중이던 수력발전댐 붕괴로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실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2012년 10월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은 컨소시엄을 맺고 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이 프로젝트의 도급액은 7782억원, 공정률 85.90%로 내년 2월 준공 예정이었다.
수년간 국내 건설사를 괴롭히던 해외사업 리스크는 최근 1~2년 새 잦아든 양상이었다. 저가에 수주해 공정이 길어지고 원가가 늘어날수록 손실로 잡히던 부실 프로젝트가 속속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SK건설은 이중에서도 해외 현안 프로젝트가 상대적으로 적어 해당 리스크는 낮다는 평가를 받아와 이번 사고의 충격이 더 큰 상황이다.
보수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짠 SK건설은 2014년 11조7000억원에 달하던 신규 수주액이 작년 5조9000억원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000660) 등 든든한 계열사 물량이 뒷받침하면서 같은기간 영업이익률은 0.5%에서 3.1%로 오히려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쿠웨이트 CFP 프로젝트에서 예정원가 조정손실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작년말 기준 도급잔액이 1000억원이 넘는 해외현장 6곳의 잔액가중평균원가율은 90% 미만으로 대규모 손실 가능성도 제한적으로 여겨졌다.
이번에 사고가 난 프로젝트 역시 차질 없이 진행되던 사업장이었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라오스 사업은 채산성도 나쁘지 않았고 공정도 거의 대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해외 플랜트 중 큰 우려가 없던 곳”이라며 “사고 원인이나 책임 여부가 가려지지 않아 속단은 어렵지만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이벤트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책임 공방 길어지겠지만 금융시장 이미 충격
라오스 사고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과 SK건설은 이번 사고 원인을 각각 ‘붕괴’와 ‘범람’으로 규정하는 등 입장차가 분명하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귀책사유를 따지려면 족히 몇 달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공사 귀책으로 결론 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SK건설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K-OTC 시장에서 SK건설 주가는 전일대비 가격제한폭(29.99%)까지 떨어진 2만5100원에 거래됐다. 거래량은 3만9000여주로 전날보다 27배 이상 몰렸다. 대형 악재 발생에 투자자들이 장외주식을 내다 판 것이다. 크레딧시장에서도 SK건설 회사채 금리가 크게 올랐다. 이날 본드웹에 따르면 만기가 3달 가량 남은 SK건설 2년물 회사채는 장내에서 민평수익률대비 평균 221bp(1bp=0.01%)나 오른 4.674%에 거래됐다. 내년 4월 만기 예정인 SK건설 회사채도 이날 평균수익률이 민평수익률보다 117.9bp나 급등했다. 회사채 금리가 오를수록 투자가 입장에서는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서부발전은 아직까지 정확한 사업 참여 범위 등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서부발전이 건설 단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해봐야 할 사항”이라며 “현재 서부발전 신용등급(AAA)은 정부 지원 가능성이 녹여진 상태로 웬만큼 큰 사고나 손실이 아니면 당장 신용등급이 내려간다고 보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신용도 측면에서는 댐 사고의 피해·보상 규모와 사고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약상 내용, 귀책사유, 부실공사 여부,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보험 여부 등이 주요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힌다. 시공사측의 잘못으로 결론이 나고 보상을 하게 될 때 SK그룹이나 정부의 지원 가능성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황덕규 NICE신용평가 실장은 “아직은 사고 초기 단계라 신용도 영향 여부를 따지긴 어렵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반기보고서 제출 시점인 8월 중순 전 대손충당 설정 등을 통해 미리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며 “건설업에 해외부문에 대한 불안감도 다시 조명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