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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도 진 선거]부정선거 악몽이 낳은 선거법, 검은 돈 뿐 아니라 입도 막아

성세희 기자I 2016.03.31 20:05:00

미국·독일, 표현의 자유 중시해 선거운동 규제 사실상 없어
영국·캐나다는 선거 비용만 제한, 일-프랑스는 우리와 비슷
선관위 "부정선거 역사 탓 규제수위 높아…차츰 완화할 것"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버니 샌더스와 아내 제인 샌더스가 지난 23일(현지 시각) 로스앤젤레스 윌턴 극장에서 손을 흔들어 관중에게 화답했다. (사진=AFP)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미국 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선거운동에 대해 별도의 규제를 두지 않거나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규제한다. 출마자와 유권자가 자유롭게 정치적 견해를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정서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거운동 방식을 엄격히 제한하는 우리나라에 대해 일부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규제라고 비판한다.

반면 프랑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엄격하게 선거운동을 규제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과거 불법 금권·관권 선거가 기승을 부렸던 경험 때문에 당장 규제를 완화하기는 힘들다는 태도다. 다만 불합리하거나 비현실적인 규제는 발굴해 지속해서 정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미·독, 표현의 자유 중시…영국·캐나다, 선거 비용만 제한

미국은 언론·출판의 자유 등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연방헌법 수정 제1조’를 선거운동에도 적용한다. 규제가 사실상 없다. 미국 선거법은 투표자 매수 행위나 현직 의원의 권한 남용 등 극히 제한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방식의 선거 운동을 허용한다. 선거 후보자가 인쇄 매체나 방송 매체 등에 무제한 광고를 낼 수 있다. 선거 전 유권자에게 우편물을 보내고 언론사에 칼럼을 기고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불법 사전선거운동으로 처벌 대상이다. 후보자가 선거운동에서 쓰는 비용 총액에도 제한이 없다. 다만 선거자금 기부 주체와 한 사람 혹은 법인당 금액 제한을 두고 지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독일도 미국과 비슷하다. 독일 연방법상 선거운동 기간이나 비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각 정당이 선거 운동 기간과 총비용 등을 합의한 뒤 합의한 절차와 비용 한도 아래서 선거운동을 치른다.

선거 비용만 규제하는 나라도 있다. 영국과 캐나다가 대표적이다. 영국은 선거 운동 방법이나 기간에는 제약이 없다. 대신 선거운동 비용은 철저히 규제한다. 각 정당과 후보자는 선거운동 비용 상한선을 지켜야 한다. 선거 후보자는 선거가 끝나면 선거 비용 지출 보고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선거법이 ‘검은돈’만 막은 게 아니라 ‘입’도 막아서 선거 운동을 방해한다”라며 “정부가 선거 비용 출처나 사용처는 규제하는 대신 선거운동 방식에 대한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와 닮은꼴인 일본…벽보도 규제하는 프랑스

프랑스는 선거관련 규제가 엄격하다. 프랑스에서는 선거 후보자가 선거홍보물을 인쇄, 출판할 때 인쇄자의 성명과 주소를 명기하도록 하고 있다. 법으로 선거 벽보 크기를 정해 정해진 곳에만 벽보를 붙일 수 있다. 또한 벽보와 법으로 정한 공식적인 선거홍보물 이외에는 다른 인쇄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일본도 우리나라 선거법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선거운동 기간도 약 10일 정도로 짧다. 선거운동에 쓰이는 포스터나 인쇄물은 규격에 맞춰 인쇄해야 한다. 언론사에 유료광고를 내는 행위도 금지대상이다. 홍보물 제작과 배포 방법 등도 일일이 법으로 규제한다. 유권자에게 기부를 받거나 반대로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불법 금권·관권 선거로 얼룩진 역사적 경험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표현의 자유보다는 공정성을 우선순위에 놓고 선거운동을 규제하고 있다”며 “앞으로 불합리하거나 비현실적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 더욱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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