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작년 5월 기준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도입해 대체자산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KIC도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용역을 발주했는데 그 결과가 이달 말 나온다.
다만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의 한계점도 존재하는 만큼 KIC는 용역이 끝난 후 내부 논의를 거쳐서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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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자산 신속 투자…'자산배분 유연성'↑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IC가 발주한 '한국투자공사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체계(TPA) 도입 관련 연구용역' 결과가 이달 말 나온다. 당초 용역 기간은 오는 22일까지지만, 진행 상황에 따라서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
용역을 수행하려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홍콩 중 한 곳 이상에 글로벌 네트워크(법인)를 갖추고 전략적 자산배분 및 TPA 관련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어야 한다.
KIC 용역을 진행한 곳은 글로벌 컨설팅회사 머서(Mercer)다. 머서는 연금 등을 위주로 컨설팅하며 홍콩 쪽에서 이번 용역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역 결과에 포함될 내용은 △장기 절대수익 제고를 위한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체계(TPA)’ 도입 검토 △레퍼런스 포트폴리오(RP) 도입 검토 △자산 분류체계 검토 △대체자산 기회비용 방법론 검토 △포트폴리오 차원의 통합 유동성 관리 방안 검토 △성과평가 체계 변경 검토 △통합 포트폴리오 관리 조직 및 실행펀드 도입 검토 △해외 국부펀드 및 연기금 사례 조사 등이다.
기준 포트폴리오는 연기금 등 투자기관이 장기적으로 감내해야 할 위험 수준을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수익률과 위험군을 주식, 채권 등 단순한 자산군의 조합으로 나타낸다.
기준 포트폴리오 체계에서는 모든 액티브 투자가 동일한 위험을 갖는 공모자산 조합에서 자금조달(펀딩)을 받는 것으로 간주한다. 예컨대 신규 부동산에 100만큼 투자한다고 결정할 경우, 이를 위험자산으로 간주한다.
이 위험을 기준 포트폴리오의 구성 요소인 주식과 채권으로 나눴을 때 어느 정도 위험을 부과해야 하는지 분석한다. 분석 결과 주식은 40%, 채권은 60% 위험을 갖는 것으로 나오면 부동산에 100을 투자하기 위해 주식 40과 채권 60을 매도해서 자금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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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역은 이 주식과 채권의 차입 비용보다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펀드를 골라서 투자하게 된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작년 5월부터 대체투자에 기준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도입했다. 이로써 대체자산 시장에 기금운용본부가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국민연금이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한 목적은 위험자산 비중 내에서 다양한 유형의 대체자산에 신속하게 투자해서 기금 수익률을 더 높이는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중기 자산배분계획을 수립해왔다. 그러나 이 경우 사전에 정해진 자산군만 투자가 가능해서 신규 상품이 상시적으로 등장하는 최근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작년 5월 ‘기준 포트폴리오’라는 새로운 자산배분체계를 도입했다.
분산투자 효과↓…대체투자 복제요소 단순
다만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으로 발생하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예컨대 국민연금의 경우 대체투자를 복제하는 요소가 ‘해외 주식’과 ‘국내 채권’이다. 하지만 이는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다소 단순한 구성이며, 대체투자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 요소를 더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캐나다연금투자(CPPI)는 대체투자 복제 요소(Factor)를 6~7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PPI가 사용하는 리스크 팩터는 주식, 금리(채권가격) 외에 경제 성장률, 물가, 신용 스프레드, 신흥시장(이머징마켓) 등이다.
신용 스프레드란 국채(무위험채권)와 회사채(위험채권) 간 금리차이를 말한다. 영국 대학퇴직연금(USS)도 기준 포트폴리오(레퍼런스 포트폴리오)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이곳도 주식, 금리 외에 크레딧, 비유동성자산을 쓰고 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주식·채권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두 자산군으로만 조합을 만든 것의 한계점으로 꼽힌다.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지수와 미국 10년 국채선물 가격의 상관계수는 지난 2023년 6월 기준 0.71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말에도 0.7~0.8 수준을 보였으며 이후로는 더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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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부동산, 인프라처럼 유동성이 낮은 자산은 신속한 조정이 어렵다. 사모펀드의 경우에도 투자기간이 장기인 경우 단기적 시장변화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
조은영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작년 7월 전주 NPS 포럼을 앞두고 “이런 제약을 보완하기 위해 유동성이 높은 대체자산군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모와 사모시장을 연계해서 포트폴리오의 위험-수익 특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준 포트폴리오는 개념적으로는 이상적이지만 실제 투자에 도입하려면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며 "예컨대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기 전에는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때 사모주식(프라이빗 에쿼티·PE) 부문도 데이터센터에 투자할 수 있고, 부동산이나 인프라 부문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 뿐만 아니라 부동산, 인프라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성장형(밸류애드, 오퍼튜니스틱) 자산과 안정형(코어) 자산이 나뉘어 있다"며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는 사업이면 성장형이고, 완성된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경우면 안정형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면 이처럼 데이터센터로 동일한 자산군이어도 투자 물건에 따라 위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며, 의사 결정의 난이도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KIC는 이같은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의 효과 및 한계점을 검토해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KIC 관계자는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체계(TPA) 도입의 효용과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여부는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로 논의 및 검토를 거쳐 판단하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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