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사퇴 가능성 나와
지지율 74%에서 39%로 ↓
유력한 '포스트 스가'는 아직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해 25일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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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정치적 궁지에 몰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결국 오는 3월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지난해 9월 ‘밑바닥 정서’에 밝다는 기대를 받으며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지 불과 7개월 만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병을 이유로 사임을 발표한 뒤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대세론을 만들며 화려하게 일인자로 올라섰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루면서다.
스가 정권은 지난 9월 지지율 74%로 스타트를 끊었다. 정권 출범 당시를 기준으로 역대 정부 중 3번째다. 특히 청년·여성층 지지가 높았다. 1020 지지율은 87%에 달했다. 남성 지지율이 높았던 아베 내각과 달리 여성 지지율이 앞서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100여 일 만에 국민적 지지율은 추락했다. 지난 12월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9월 지지율 조사 때보다 35% 떨어졌다.
| 지난 4일 긴급사태 선언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스가 총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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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사 주간지인 ‘슈칸 아사히’는 15일자 신년호에서 스가 총리 퇴진 가능성에 주목했다. 슈칸 아사히는 “총리실 주변에선 벌써 다음 총리를 누가 맡을지에 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유력 정치평론가인 고바야시 기치야는 현 39%까지 떨어진 지지율이 30%를 밑돌 경우 정권 유지에 적신호가 들어올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르면 오는 3월 말 2021 회계연도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스가 총리가 퇴진을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슈칸 아사히는 ‘3월 위기’가 끝이 아닐 것이라 전망했다. 오는 4월25일 취임 후 첫 국정 선거인 중의원 2곳 보선과 6~7월로 예정된 도쿄도 의회 선거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할 경우 ‘스가 내치기’가 본격 시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포스트 스가’는 안갯속이다. 한때 아베 전 총리가 후계자로 밀어 온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9월 차기 자민당 총재 자리를 둘러싸고 스가 총리,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3파전을 치렀지만 고배를 마신 그다. 다만 아베 전 총리의 신임과는 별개로 정치력이 약해 선거를 이끌 ‘얼굴’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왼쪽)이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함께 내각 회의에 참석한 모습(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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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킹메이커’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첫 여성 총리로 노다 세이코 간사장 대행을 밀 가능성도 나온다. 노다 대행은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이면서도 그가 지지자들에게 향응을 베풀었다는 의혹인 이른바 ‘벚꽃 스캔들’에 대해 “아베 전 총리가 직접 설명을 해야 한다”며 강도 높게 추궁한 바 있다.
유력한 후보가 뚜렷하게 부상하지 않고 있다는 게 슈칸 아사히의 평가다. 이외에도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일환인 재택근무를 가로막았다는 비판을 받은 일본의 ‘도장 문화’ 폐지를 추진해 인기를 얻은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과 코로나19 대책 주무장관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지병으로 사퇴한 지난 2007년 이후에도 10년 가까이 그의 곁을 지켰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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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는 일본 벽촌인 아키타현 딸기 농가 출신으로, 국회의원 비서관에서 시작해 정계에 입문했다. 아베 전 총리와 대북 강경 노선을 함께하며 정치적 동반자로 거듭났다. 지난 2007년 아베 전 총리가 지병으로 집권 1년 만에 사퇴한 이후에도 10년 가까이 그의 곁을 지켰다. 두 번째 아베 내각에서는 2인자인 관방장관으로 재직하며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등 존재감을 키웠다.
인내하는 리더십 이면의 평범한 면모로도 주목받았다.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아베 전 총리와 같이 세습 정치인이 넘쳐나는 일본 정가에서 지연과 혈연 없이 정계에 진출했다. 스가 총리는 “나 같은 보통 사람도 노력하면 총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일본의 민주주의”라며 밑바닥 출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가 총리의 임기는 올해 9월 말까지다. 총리 연임을 위해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또 사실상 총리를 결정하는 중의원(하원 격) 임기가 올 10월 21일까지라 그전에 예산 등을 통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앞으로 이 두 가지 정치 이벤트를 모두 성공적으로 넘어야 스가 총리의 연임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전망은 암울하다는 것이 대체적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