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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조기 확정…노조반발·독과점 변수 넘어야

김미경 기자I 2019.02.12 17:47:59

삼성중 "내실이 중요"…인수전 참여 고사
내달초 이사회 승인 후 본계약 체결 예정
勞반발 예상보다 커…경쟁국 견제도 변수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김정남 기자]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를 고사했다. 지난달 31일 산업은행으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은 뒤 보름이 채 안돼서다. 사업 외형 확대보다 내실에 집중해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복안에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후보자로 최종 낙점되면서 인수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압도적인 1위에 올라서 조선업을 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복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사 갈등과 독과점 논란 등은 아직 넘어야 할 과제다.

◇글로벌 메가 조선사 탄생 초읽기=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12일 “삼성중공업이 전날 대우조선해양 인수 제안 요청에 참여 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통보해왔다”며 “현대중공업을 대우조선 인수후보자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사회 승인을 거쳐 다음달 8일 현대중공업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마무리하면 기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빅3’ 체제에서 1강 1중 체제로 바뀐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14만5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2위인 대우조선(584만4000CGT)을 인수하면 세계 시장점유율은 21.2%까지 늘어난다. 3위인 일본 이마바리(525만3000CGT)와는 3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지고, 5위 삼성중공업(472만3000CGT) 대비 4.8배 수준으로 규모가 커진다. 그야말로 매머드급 조선사의 탄생이다.

규모 뿐 아니라 저가 출혈경쟁이 완화돼 수주 가격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이란 기대다. 두 업체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 분야 등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하면 수익성이 대폭 개선돼 일본, 중국 등을 앞도할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분석이다. 기술력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쇄빙선,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나 현대중공업의 기술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대체적인 시각이다.

조선사 한 관계자는 “합병이 성사되면 현대중공업은 조선업계의 자이언트가 된다”며 “합병 조선소는 중국 국영 조선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에 서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름도 안돼 조기 포기 선언한 삼성重=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참여를 포기하기까지 보름이 채 안걸렸다. 수주현황은 물론 재무구조에서 대우조선을 끌어안기에 버거웠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전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조선 인수전에 불참할 것을 결정했다”며 “외형을 키우기 보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자고 내부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인수전 불참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먼저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검토할 시간이 촉박하고, 그룹 차원에서 조선업을 키울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실제 현대중공업과 산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3개월 이상 대우조선 민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삼성중공업에 주어진 시간은 1개월에 불과했다. 또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에만 40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적자행진으로 흑자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룹 차원에서도 전자·바이오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반면, 노동 집약산업인 조선소에 투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4~2015년 비주력인 화학과 방산 계열사 매각을 이끈 전례도 있다.

◇강성 노조 반발 등 어떻게 대처하나=현대중공업이 최종 인수 수보자로 낙점됐음에도 노사 갈등과 독과점 논란, 헐값 매각 시비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은 쌓여있다.

먼저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의 견제는 ‘넘어야 할 산’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과 통합하려면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들이 독점 이슈를 들어 반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복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과정에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조 반발도 변수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전히 조선 경기는 불안정한 상태라 동반부실에 빠지면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이고 노사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역시 총파업을 예고하며 매각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우조선지회는 오는 18~19일 쟁의행위를 위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문제는 또 있다. 재무부담과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시 조선업 매출 비중이 지난해 32%에서 45%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룹의 사업구조가 조선업 업황에 민감한 구조로 전환되는 셈이다. 조선업 특성상 업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2015년에 겪었던 수주절벽이 다시 찾아올 경우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협력하면 모든 요소에서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어 시너지가 예상된다”면서도 “다음 대책을 생각하지 못하면 인수합병은 오히려 득보다 실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번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추진과 관련해 공동 투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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