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이 삼성그룹 보유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을 인수할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이번 지분 규모는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베인캐피탈을 주요 주주로 맞이하게 된다면 한화그룹으로서도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현재 삼성물산과 삼성SDI 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베인캐피털을 선정했다. 이번 지분 매각의 규모는 약 1조2000억~1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번 지분 거래는 지난 2015년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방산 및 화학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남은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처분하는 작업이다. 한화그룹은 당시 한화종합화학을 2021년까지 증시에 상장하겠다고 했지만, 삼성은 조기에 지분을 유동화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당초 이번 지분 인수전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IBK투자증권 컨소시엄 등도 참여했지만, 삼성그룹이 일부 조건을 변경했고 이를 베인캐피털이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삼성그룹과 베인캐피털은 세부 내용을 조율한 뒤 조만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인캐피털은 인수가격을 조금 낮추는 대신 당초 삼성그룹이 약속했던 원금 보장 내용은 다소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부터 진행된 인수대상자 선정이 마무리되면서 한화그룹과 베인캐피털의 주주협약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잔여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경영에 큰 관여를 하지 않았지만 사모펀드 특성상 주주로서 경영권에 대한 어느정도의 관여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그룹으로서도 베인캐피털을 2대 주주로 맞는 것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IB업계의 관측이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베인캐피털의 특성상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한화그룹 역시 태양광 산업과 방산 산업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에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 오너 일가가 한화종합화학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앞으로 한화그룹의 행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분 매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베인캐피털은 미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도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방면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며 “한화그룹이 지분 매각으로 다소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질수도 있지만, 그보다 네트워크를 통한 사업 확장 등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베인캐피털이라는 대형 사모펀드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투명성과 국제적인 신뢰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베인캐피털은 지난해 AHC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화장품업페 카버코리아에 투자한 후 1년 만에 글로벌 뷰티기업 유니레버에 매각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앞서 보톡스 업체 휴젤의 경영권을 인수했고, SK하이닉스와 함께 일본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