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때문에…콩 대신 옥수수 심는 美, 사료에서 콩 빼는 中

정다슬 기자I 2018.10.29 16:59:12

中, 단백질 함량 낮춘 새 사료 기준 발표
美 농가, 콩 대신 옥수수 재배량 늘려…대두 종자 가격 하락
대두 관세로 양자 거래 비용 높아진 탓

△메릴렌드 오윙스주의 콩 밭에서 한 농부가 콩을 수확하고 있다[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전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 중국에 두 번째로 대두를 많이 수출하는 미국. 서로의 관계는 상호호혜적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대두 거래비용이 올라가면서 미국은 콩 생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중국은 콩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장기전에 대응하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돼지와 닭 사료의 단백질 함유량을 기존 대비 각각 1.5%포인트, 1%포인트 낮추는 새로운 기준을 발표했다. 중국 농림부는 이번 새 기준이 발효될 경우 연간 대두 소비량을 1400톤, 연간 대두사료 소비량을 1100만톤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새로운 사료 기준은 중국이 미국의 중국산 수출품 고율과세에 대응해 대두에 25% 보복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산 대두 가격 인상과 수입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두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중국 정부는 새 기준이 언제부터 발효될 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코프코 선물의 양 린친 애널리스트는 “이는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 주요 사료업체는 이미 이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가축 사료 단백질 함유량을 낮추는 새 기준을 마련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농산물 공급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자신감을 반영한다”며 “사료값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새 기준은 농가가 비용상승 부담을 덜 받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보복관세로 타격을 입은 미국 역시 대두 생산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코네티컷 등 미 대두 주요생산 농가가 대두 생산량을 줄이고 옥수수 재배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올해 대두 종자 가격은 11%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봄에 약 400만 에이커의 대두 농작지가 옥수수로 전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네소타에서 대두를 재배하고 있는 조엘 슈울러스는 “1부셀당 2달러씩 손해를 보면서 콩을 키우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산 대두에 대한 중국의 관세가 유지될 경우, 내년 콩 재배면적의 30%를 옥수수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대두의 주요 관문인 미 퍼시픽 노스웨스트 항구를 통한 올해 대두 수출량은 전년도보다 82% 줄었다.

그러나 단순히 콩 재배를 옥수수로 돌린다고 미·중 무역전쟁의 타격을 입은 미 농민들의 고민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옥수수는 콩과 달리 병충해에 약하고 질소도 생산하지 않는다. 종자회사와 비료회사는 호재를 맞게 됐다. 농민들이 병충해에 강한 종자를 사기 위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더 많은 비료를 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농민들의 비용 부담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늘어난 옥수수 생산량을 어떻게 소화시킬 것 역시 문제이다. 미 축산업계는 새로운 가공 공장을 공급하고 있지만, 미 곡물유통업체 가빌론의 안쿠시 반다리 경제 연구원은 “이는 생산된 옥수수를 모두 소화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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