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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민연금의 향후 5년 청사진을 그리는 중기 자산배분안 확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연금을 둘러싼 관치와 책임 외주화 논란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에 맞춘 국내주식 비중 상향 움직임과 민간 자산운용사로의 의결권 위임 시도가 맞물리면서, 공적연금의 최우선 가치인 독립성과 가입자 이익이 훼손될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8일 제5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2027~2031년 중기 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한다. 이번 기금위의 최대 쟁점은 단연 국내주식 투자 비중의 상향 여부다. 현재 정부와 기금위 내부에서는 국내주식 비중을 기존 계획보다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000피’에 발등 불…국내주식 비중 30% 육박
국민연금은 이미 지난 1월 열린 제1차 기금위에서 올해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14.4%까지 축소하려던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작년 수준인 14.9%로 유지하기로 한 걸음 물러선 바 있다. 당시 코스피는 4000선과 5000선을 연달아 돌파하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 기조에 발맞춘 결과였다.
문제는 코스피가 최근 8400선까지 오르는 등 역사적 오버슈팅을 기록하며 발생했다. 주가 급등으로 인해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의 자산 가치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난 2월말 기준 전체 기금 내 국내주식 비중은 24.5%까지 늘었다. 지수 변동폭을 단순 반영하더라도 현재 국민연금 내 국내주식 비중은 약 30% 안팎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금운용지침상 목표 비중을 이처럼 과도하게 초과할 경우 국민연금은 자산배분 원칙(리밸런싱)에 따라 국내주식을 강제 매도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증시 충격을 우려해 국민연금의 기계적 매도를 막고자, 아예 중기 자산배분안 상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 자체를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기금의 장기 재정 안정성과 수익률 제고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기금위가 정부 입김에 흔들려 국내 증시 부양 방어벽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의결권 위임, 기업 견제 기능 마비”
기금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축은 의결권 민간 위임 문제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기업 경영 개입 등 이른바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명분으로 의결권을 민간 자산운용사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시법사업 추진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국내 민간 자산운용사들은 구조적으로 대기업의 영향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운용사들은 대기업 계열사의 퇴직연금 자금을 유치하거나 펀드를 판매해야 하는 을(乙)의 위치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운용사가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는 독립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민연금이 가진 주주권 감시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고 이를 민간에 떠넘기는 책임 외주화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사회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정부가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기획단을 독단으로 구성하고 밀실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재벌과 금융대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산운용사에 의결권을 넘기는 시범사업을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기금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넘기는 단독펀드 방식은 구조적 한계상 기업 경영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영향력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내부 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