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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학번 새내기 찾습니다"…하이트진로가 전국에 깐 '도파민 멍석'[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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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6.02.11 14:18:14

"집콕 대신 인증샷 찍자"… 07년생 취향 저격
주말 전국 2000명 몰리며 '놀이의 장'으로 변신
"미래 고객님 모십니다"…젠지 위한 경험 마케팅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지난 7일 금요일 저녁 8시,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영하의 강추위로 입김이 절로 나오는 날씨였지만, 하이트진로(000080) 팝업 부스 앞은 갓 성인이 된 ‘07년생(만 19세)’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두꺼운 패딩을 입은 20대들이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자리를 뜨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다.

하이트진로가 '7초 타이머게임'을 통해 제품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침체된 주류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전국 주요 번화가를 도파민 파티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번 행사는 서울을 비롯해 대전, 대구, 부산, 전주, 광주 등 전국 6개 도시 핫플레이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주말(7~8일) 단 이틀간 전국 6개 지역 부스에는 약 2000명의 ‘새내기 성인’들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운영 시간이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로 짧고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음에도, 게임에 참여하며 현장을 달군 셈이다.

이날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건 ‘7초 타이머 게임’이었다. 참가자가 스톱워치를 보지 않고 감으로 정확히 7.00초에 버튼을 눌러 멈추는 방식이다. 왜 하필 7초일까. 진행요원이 “올해의 주인공인 2007년생을 위한 숫자”라고 외치자, 현장에 모인 07년생들 사이에서 “와!” 하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단순한 숫자 맞추기 게임에 스무 살의 상징성을 부여하자, 게임은 순식간에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놀이로 변했다. 친구들과 함께 온 예비 26학번 신입생 이모 씨(20)는 “우리 학번(07년생)을 위한 이벤트라고 하니 괜히 더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며 즐거워했다.

하이트진로가 쏘맥자격증 발급했다. (사진=신수정 기자)
현장에서는 두 가지 자격증이 발급됐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쏘맥 자격증’과 달리, ‘술무살(술+스무살) 자격증’은 오직 주민등록증상 2007년생만 발급받을 수 있는 한정판 굿즈다. 희소성에 열광하는 잘파세대(Z+Alpha)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공세는 거리에서 끝나지 않았다. 전문 MC들이 홍대 인근 술집을 직접 돌며 ‘테라’를 홍보하는 레크리에이션, 이른바 ‘바 어택(Bar Attack)’을 진행했다. 술을 마시던 손님들은 예고 없이 등장한 MC의 진행에 맞춰 퀴즈를 풀고 건배사를 외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노출됐다. 단순히 포스터를 붙여놓는 수동적인 홍보를 넘어, 소비자가 술을 마시는 ‘가장 즐거운 순간’에 브랜드가 직접 개입해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번 캠페인을 앞으로 4주간 매주 금·토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황금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가 인근 술집을 직접 돌며 테라를 홍보하는 레크리에이션, 이른바 '바 어택(Bar Attack)'을 진행했다. (사진=하이트진로)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이러한 광폭 행보에 대해 아직 브랜드 충성도가 없는 세대를 잡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07년생들의 반응은 이를 방증했다.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 김모 씨(21)는 “술집 가서 주문할 때 딱히 선호하는 브랜드는 없다”며 “그냥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시키거나, 친구들이 마시자는 걸 따라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즉, 아직 특정 브랜드에 정착하지 않은 무색무취의 상태인 것이다.

전국 6개 도시에서 펼쳐지는 이번 캠페인은 결국 이들의 첫 번째 기억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록인(Lock-in) 전쟁인 셈이다.

국내 주류 업계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주류 소비가 줄면서 극심한 소비 침체를 겪는 중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주류 출고량은 약 407만㎘였지만, 2024년 약 315만㎘로 22.6% 감소했다. 회식 감소와 헬시 플레저 트렌드로 기성세대의 지갑이 닫힌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는 이제 막 음주 시장에 진입한 ‘초보 음주자’들이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주류는 전형적인 관성 소비 제품이라, 스무 살 때 처음 접하고 즐거움을 느꼈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마실 확률이 높다”며 “전국 6개 도시에서 07년생을 타깃으로 대규모 물량을 쏟아붓는 것은, 줄어드는 시장 파이 속에서 향후 30년 매출을 담보할 충성 고객을 선점하려는 치열한 록인 전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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