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고] “암호화폐 발행 제도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핵심”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현아 기자I 2025.05.15 16:48:11

암호화폐는 디지털자산을 표현하는 핵심 수단

[박성준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 디지털이 새로운 자산의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음악과 사진, 돈과 계약까지-모든 것이 전자적 형식으로 생성되고 거래되는 이 흐름 속에서 자산 역시 디지털의 언어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의 산물이 아닙니다. 새로운 디지털 경제 질서를 구성하는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이러한 변화를 제도적으로 대응하려는 매우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이 법이 제도적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지털자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규범적 기준부터 마련되어야 합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센터장·㈜앤드어스 대표
즉 디지털자산의 ‘발행’을 중심에 두고 법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지털자산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산입니다. 일정한 목적과 구조를 가지고 발행되며, 사회적 실체를 갖게 됩니다.

이 과정을 우리는 ‘발행’이라고 부릅니다. 화폐, 주식, 상품권처럼 디지털자산도 이러한 ‘발행’ 과정을 통해 제도 안에서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거래’와 ‘유통’에 앞서, ‘발행’에 대한 기준과 요건을 먼저 명확히 해야 제도적 기반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디지털자산의 유통과 거래의 투명성,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물론 이 역시 중요하지만, 자산이 제도권 안에서 신뢰받기 위해서는 먼저 자산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발행이 가능한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 논의의 출발점은 디지털자산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데 있습니다. 디지털자산은 단순히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정보가 아니라 경제적 가치 또는 법적 권리를 담은 전자적 표현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주로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기술(DLT) 기반으로 저장, 전송, 이전이 가능해야 하며, 유럽연합(EU)은 이를 바탕으로 암호자산(Crypto-assets)을 ”전자적으로 전송·보관 가능하고, 분산원장 기술(DLT) 또는 유사 기술을 기반으로 발행된 가치나 권리의 디지털 표현” (MiCA 규정 제3조) 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와 같은 기술 중립적이고 기능 포괄적인 정의를 바탕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의 근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의가 확립되면 다음 단계는 디지털자산을 기능별로 분류하는 일입니다.

디지털자산은 단일한 형태가 아니라 사용 목적과 기능에 따라 법적·경제적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에 맞는 분류 체계가 필요합니다.

특히 기술 중심의 복잡한 분류보다, 일반 국민과 정책 입안자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기능 중심 분류’ 체계가 바람직합니다.

이는 자산의 실제 사용 방식과 기대되는 역할에 기반하여 자산의 성격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기능별 분류 기준은 단지 설명의 편의를 넘어 디지털자산에 대한 발행 요건, 투자자 보호 방식, 공시 의무 수준, 유통 제한 등 제도 설계의 핵심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디지털자산을 정의하는 것 못지않게 그 자산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기준으로 분류하는 작업은 제도화의 핵심적인 출발점이 됩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자산을 표현하는 실질적 수단은 ‘암호화폐’, 즉 코인과 토큰뿐이라는 점입니다.

즉 디지털자산의 발행을 제도화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암호화폐의 발행을 제도화한다는 것과 동일합니다.

다만 ‘암호화폐’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자산’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산업적 오해를 줄이고 규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용어의 문제가 아닙니다. 규제 유연성과 산업 명확성을 위한 전략입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한국 제도권이 처음으로 암호화폐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그 생성 절차(=발행)를 제도 속에 포함 하려는 역사적 시도입니다. 이는 기술을 제도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신뢰의 새로운 구조를 제도권이 스스로 설계하겠다는 선언입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복잡한 기술을 다루는 법이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포인트, 쿠폰, 게임 아이템, 가상화폐 같은 디지털 자산들이 어떻게 안전하게 발행되고 거래될 수 있는지를 제도화하는 사회적 약속입니다.

그리고 이 약속의 시작은 바로 ”암호화폐 발행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그 기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발행 기준이 명확해지면, 제도 안에서의 혁신이 가능해지고, 시장의 신뢰도 함께 자라게 됩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진정한 시작이 되기 위해선, 암호화폐 발행의 제도화가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신뢰는 자연발생이 아닌, 설계를 통해 구현되는 사회적 인프라입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바로 그 설계의 첫 단추가 되어야 합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