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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엄포에 멈춰선 전기료 인상…뾰족수 없다면 공약 철회할 수도

김형욱 기자I 2022.03.21 17:49:52

정부, 한전 요금인상 추진에 제동…"부처 협의 더 필요"
물가부담·선거 등 고려하면 동결에 무게…주가 5% `뚝`
고유가 속 한전 적자 누적 부담…공약 철회 가능성도
산업부 `에너지통` 주영준 실장 등 인수위 합류에 기대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한국전력공사(015760)(한전)의 연료비 조정 (전기)요금 인상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전기요금 동결` 공약을 내건 가운데 정부도 의사 결정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20일 서울의 한 주택가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0일 밤 한전에 다음날 오전 발표 예정이던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확정을 미루라고 통보했다. 연료비 연동 요금 산정 근거인 연료비 조정단가는 한전이 산업부에 제출하면, 산업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확정한다.

한전은 이미 지난 16일 인상 가능한 최대치인 1㎾h(킬로와트시)당 3원 인상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평균 304㎾h를 쓰는 4인가구 기준 월 900원 꼴이다. 그러나 확정 발표 전날 밤 산업부가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아직 진행 중이라며 한전 발표를 멈춰 세웠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간 협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4월부터 적용이니 이달 안에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면 동결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한전 주가도 전일보다 5.00% 떨어진 주당 2만2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전기요금 동결을 수 차례 언급했었다. 새 정부는 5월10일 출범하지만, 이를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8일 이미 출범해 새 정부 정책 수립에 나선 상황이다. 고유가 여파로 5개월째 3%를 넘어선 소비자물가도 부담이다. 여기에 전기요금까지 더 올리면 오는 6월 열리는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꾸준히 오른 지난해도 연료비 연동 요금을 사실상 동결했다. 1분기엔 3원 내리고 2~3분기엔 동결 후 4분기 들어서야 다시 3원 올리며 제자리 걸음했다. 정부는 직전 1분기에도 한전이 제출한 인상안을 유보했다.

정부가 이와 별개로 전기요금 인상을 확정해 놓은 상태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해 기본요금을 4월과 10월 ㎾h당 4.9원씩 총 9.8원을 올리기로 했다. 기후환경요금도 4월부터 7.3원으로 2원 올린다. 4인가구 기준 4월에 월 약 2000원, 10월 이후 약 3600원 오를 예정이다.

정부가 숙고 끝에 한전 안을 수용할 여지도 없진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전도 역대급 적자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5조8000억원의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올 1분기엔 지난해 연간 실적 이상의 적자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인수위 차원에서도 동결 공약 철회 가능성이 엿보인다. 현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에 반해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내 `에너지통`으로 꼽히는 주영준 산업정책실장과 강감찬 전력산업정책과장도 이날 인수위에 합류했다. 인수위도 요금 인상이 절실한 전력산업계 입장을 공유할 인선은 갖춘 셈이다.

전력업계는 현 고유가 상황과 온실가스 저감 목표 등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나아가 전기요금 체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반영한다며 지난해 1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으나, 첫 해 유가 상승 속에서도 전기요금을 동결하며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조성경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는 “정부가 원칙과 무관하게 마음먹은 대로 요금을 동결·인상할 수 있는 현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연료비 연동제 정상 작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탄소중립형 에너지 믹스를 수용하는 새 전력망을 설계하며 전기요금도 소비자가 서비스 품질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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