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루이스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에 대해 “의심스러운 경영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문제는 글래스루이스의 반대 논거가 투기 세력인 엘리엇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의결권 권고를 해야 하는 자문기관이 이같은 보고서를 낸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시장 관계자는 “이번 글래스루이스의 의견서는 곳곳에서 엘리엇의 논리가 그대로 반영돼 있어 ‘엘리엇 맞춤형’ 자문이 아닌가 생각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글라스루이스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간편안에 대해 그동안 내놓은 의견들을 일자별로 소개했다. 엘리엇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글래스루이스는 “엘리엇은 이번 개편 안이 분할합병의 논리가 충분하지 않고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밝히는 등 엘리엇의 반대 논리를 직접 인용하기도 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이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과 유사하다고도 언급했다. 이는 지난 11일 엘리엇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펼친 주장과 같은 내용이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납득하기 어려운 근거로 합병에 대한 정당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와 유사한 형태”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글래스루이스는 또 “엘리엇이 제안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면서 실용적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005380)와 현대모비스(012330)를 합병한 뒤 투자회사와 사업회사 분할 등 4단계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금산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 위반이어서 사실상 명분을 잃은 상황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엘리엇의 주장대로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글래스루이스는 엘리엇의 입장을 재차 대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 부품 사업을 떼어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에 대한 의견도 엘리엇과 한 목소리를 냈다.
글래스루이스는 “엘리엇은 이번 개편 안으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우리는 보다 구체적으로, 모비스가 고수익 사업을 글로비스에 떼어줌으로써 모비스 주주들에게 부적절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래스루이스는 심지어 현대차그룹이 최근 미래 발전전략과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엘리엇 등이 지적하는 우려들이 타당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다소 엉뚱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글래스루이스에 이어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다른 자문사들도 조만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찬반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들 의견은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여러 의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규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최적의 안이라는 점을 주주들과 지속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