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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 측 자사주 공개매수 재원 마련을 위해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자금을 공급했다. 하나은행은 만기 9개월에 5.5%(고정), SC은행은 만기 1년에 4.67%(변동) 조건으로 총 1조 6545억원을 지원했고, 메리츠증권은 1조원 규모 사모사채를 인수해주면서 만기 1년에 6.5% 금리를 내세웠다. 한국투자증권은 고려아연 백기사인 베인캐피탈에 3685억원을 9개월 기준 5.5%로 빌려줬다.
메리츠증권의 대출 조건은 자금 규모와 금리 수준 모두 타 금융사를 압도한다. 특히 연 6.5% 금리는 사모사채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고금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현재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은 최상위(AAA)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AA+(안정적)’로, 해당 등급의 평균 공모 사채 조달금리는 3%대다. 실제 고려아연이 지난 9월 발행한 기업어음(CP)은 6개월물 이자율이 연 3.5~3.6%라는 점과 비교할때 메리츠증권은 상대적으로 고금리 이자를 수취하게 된 것이다.
고금리에 1조원의 대출을 내어준 대가로 메리츠증권은 연 650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고려아연의 연간 영업이익(6599억원)의 10분의 1을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만약 고려아연이 내년 1분기 중 조기상환에 나선다 해도 메리츠증권은 325억원의 이자 수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이 이자 장사에 집중한 사이 경쟁 증권사들은 다른 행보를 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IB 본부 최대 딜로 꼽히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주관을 모두 확보했고, 하나증권도 영풍정밀로 첫 공개매수 주관을 따냈다. KB증권은 지난 9월 고려아연 기업어음(CP) 발행,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영풍정밀 공개매수 등 4개 사업에 관여하며 고려아연과 끈끈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듯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신고서 허위 작성 및 부정거래 혐의 등으로 미래에셋증권(006800)과 KB증권 검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당시부터 유상증자를 계획하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기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데, 증권사들이 이에 연루됐을 경우 자본시장법상 불공정영업행지 금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과거에도 메리츠증권의 영업 전략은 여러 의미로 ‘유명’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롯데건설은 메리츠증권에서 1조 50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을 받으며 약 13%의 고금리 조건을 수용했다. 올해 들어선 M캐피탈에 연 9%대에 약 2800억원을, 폴라리스쉬핑 모회사 폴라E&M에 연 12.5%에 3400억원의 대출을 내줬다. 메리츠증권에 기업의 구원투수이자 악덕 고리대금업자라는 이중적인 평가가 따라붙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타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쉽지 않은 기업에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여기서 돈을 버는 ‘메리츠식 기업금융’을 보여주고 있다”며 “리스크가 높은 대신 수익성을 확실하게 챙기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