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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8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국정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지난 3일 개천절 보수단체의 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 광장 일대를 경찰버스로 둘러싼 이른바 ‘차벽’에 대한 공방이 거셀 전망이다. 국감 다음날인 한글날에도 보수단체가 집회를 예고하고 있고, 경찰은 이에 대해 금지 통고를 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다시 차벽이 등장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기에 국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 야당에선 이명박 정권 당시 과도한 차벽이 ‘명박산성’이라는 오명을 썼던 것에 빗대 ‘재인산성’이라는 표현까지 내놓으며 개천절 차벽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광화문광장에 사실상의 코로나 계엄령이 선포된 것”이라며 “광화문광장에 경찰버스로 겹겹이 쌓은 ‘재인산성’이 국민들을 슬프게 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사실상 방해하고 금지하는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권리”라며 “경찰이 방역 편의주의를 앞세워 함부로 침범해선 안 되고, 권위주의 시절의 관행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감을 준비하는 야당 측 의원들도 집회를 막은 경찰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질의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헌법재판소가 경찰의 차벽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을 근거로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헌재는 경찰 차벽이 집회를 금지하는 것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통행조차 금지하는 극단적인 조치이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취지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與·警 “차벽은 방역의 안전선” 반박
하지만 여당과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는 논리로 이러한 공세를 받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 및 개천절 연휴가 끝난 지난 5일 “경찰이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우려가 컸던 개천절 불법 집회가 코로나 재확산을 유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비해 빈틈없이 차단했다”고 경찰의 대처를 치하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광화문 차벽은 방역 방해세력으로부터 대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방역의 안전선이며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차벽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해 집회를 막는 것이 더 우선이었고, 오히려 적절하고 효과적인 대응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청 역시 야당의 공세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헌재가 위헌 판단을 한 상황과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주된 논리다.
경찰청은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이번 차벽 설치가 헌재 판결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접촉 차단 목적을 고려할 때 차벽 외 다른 효율적인 수단이 없고, 일시적으로만 차벽을 설치해 침해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방지’라는 목적을 고려할 때 법익의 균형성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한글날에도 광화문에 차벽을 설치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의 차단 조치가 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직접 접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라며 “9일 한글날 집회에 대해서도 방역당국과 깊이 있게 협의해 불법 집회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