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조각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그동안 지켜 온 각종 원칙을 뒤집는 편향적인 인사여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에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아울러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를 에너지 장관으로, 라이언 징케 공화당 하원의원을 내무장관으로 각각 내정했다.
이로써 이날 현재까지 15개 정부 부처 중 13곳에 대한 장관 지명 또는 내정이 완료됐다. 농무장관과 보훈장관도 빠른 시일 내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 출신 대거 포진..反오바마·親기업 정책 예고
트럼프 내각의 경제 인사들을 살펴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뒤집는 한편, 기업들에 불리한 각종 규제를 완화시켜 주겠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특히 기업가 또는 월가 출신 인사들이 많은데, 트럼프 당선인이 그동안 주장해 온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등에 뜻을 같이 하는 인물들이어서 향후 기업 친화적인 정책이 예상된다.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틸러슨 엑손모빌 CEO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의 대표이자 석유업계의 ‘큰 손’이다. 출신 자체만으로 친 기업·친 화석연료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내무장관으로 내정된 징케 하원의원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연방 관할 토지를 주정부에 파는 법안에 반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8년 간 추진해 온 환경보존 정책 등을 뒤집을 것으로 관측된다
스티븐 므누신 ‘듄 캐피널 매니지먼트’ 전 대표(재무장관), 윌버 로스 전 로스차일드 투자은행 대표(상무장관), 앤드루 퍼즈더 ‘CKE 레스토랑’ CEO(노동장관) 등도 사업가 출신이다. 이들과 호흡을 맞추며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전반을 설계하는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게리 콘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가 맡게 됐다.
이외에도 에너지장관에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가, 환경보호청(EPA) 청장에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이 각각 내정됐다. 이는 기후변화협정을 무력화하고 화석 에너지원 사용을 촉진시키겠다는 트럼프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美 외교 ‘反중·親러’ 리셋 가능성...러시아 “틸러슨 환영”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틸러슨 엑손모빌 CEO를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의 인선도 사실상 완료됐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조차 기후변화·무역·이란핵협상 등과 관련해선 다양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정책 방향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다만 그간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적 행보와 인사를 보면 ‘반중·친러’를 조심스럽게 점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겠다는 의도를 내비쳐 왔으며,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 발표 이후 러시아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틸러슨 내정자는 대표적인 친 러시아 성향의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 석유개발 사업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17년째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에는 러시아의 우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다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44년 간 지켜 온 ‘하나의 중국’ 존중 원칙을 뒤흔들며 중국의 반발을 사는 등 긴장 관계를 유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하며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한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가 하면, 방송에 출연해 “왜 ‘하나의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슬람국가(IS) 격퇴나 한반도 관련 정책과 관련해선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틸러슨 내정자가 공직 경험이 없는 만큼 국방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및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모두 군 출신 보수 강경파여서, 향후 대북 정책 방향도 강성을 띌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