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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열린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2022년 춘계학술대회 정기세미나’에서 정해상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강조한 한 마디다. 게임산업법상 국내에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는 P2E 게임 전반에 대한 보다 현실적이고 개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가 이날 주최한 정기세미나는 한국게임산업협회,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 등이 공동 후원하는 산학 연계 학술대회의 일환이다. 이날 다뤄진 주제는 ‘P2E r게임의 최근 이슈와 법·정책 방향 모색’으로, 정 교수는 ‘P2E 게임 서비스에 대한 법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발표했다.
정 교수는 “사실 2000년대 초반부터 게임 아이템의 현금화는 이미 이뤄져 왔던 현상”이라며 “하지만 과거 바다이야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게임 전반에 대한 정부의 아이템 현금거래 규제가 강화됐는데, 당혹스런 것은 사행성과 무관한 게임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2003년 ‘세컨드라이프’라는 해외 오픈 플랫폼 서비스를 예시로 들었다. 세컨드라이프 내부에 다양한 콘텐츠들이 개설됐는데 플랫폼 화폐로 발행됐던 ‘린든달러’는 미국 달러와 상호 환전할 수 있었다.
현재 P2E 게임처럼 초창기 세컨드라이프도 국외 접속으로만 가능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 국내 서비스가 시작되며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게임물 포함 여부, 현금거래 규제 논란이 커졌다. 결국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졌던 세컨드라이프는 2009년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정 교수는 “2008년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며 나섰지만, 결국 세컨드라이프의 국내 서비스는 존속되지 못했다”며 “정부가 플랫폼내 산재 된 수많은 콘텐츠들을 일일이 구별해 규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향후 게임산업법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대통령령에서 정한 대상(18조의 3·업으로 게임머니 등을 생산 및 획득하는 등 게임물의 비정상적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아이템)을 삭제해야 한다”며 “이는 P2E가 이용자의 자유에 속한다는 점, P2E 서비스가 정상적인 영업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콘텐츠서비스평가원(가칭)을 신설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다양한 범위로 융복합되는 콘텐츠를 정부가 자신들만의 시각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이용자단체를 중심으로 각각의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해당 평가 정보는 이용자들에게도 제공해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선정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게임산업법으로는 기업들이 플랫폼 경제사업을 이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플랫폼 경제의 기초인 가상자산의 거래를 전반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게임산업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P2E 게임은 다양한 메타버스 형태를 포함해 가상세계의 플랫폼 경제를 선도해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이승민 성균관대 교수도 “‘바다이야기’ 때문에 만들어진 규제라면 사행성 아케이드만 한정해서 남겨두면 될 것인데 모바일·PC 게임까지 확장하는건 문제”라며 “메타버스 같은 플랫폼 형태를 게임물로 보는 움직임도 있는데, 플랫폼 자체를 규제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정 교수 이외에도 서종희 연세대 교수가 ‘P2E 게임의 서비스약관에 대한 법적 검토’를, 염호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P2E 게임 콘텐츠의 저작권 이슈’ 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게임법과정책학회는 2014년 4월 ‘게임산업정책과 게임법학의 방법론’이라는 주제의 창립세미나를 시작으로 2019년 11월 ‘AI와 게임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게임에 관한 법, 정책, 서비스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학술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