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 고객을 붙잡기 위한 은행권 자산관리(WM) 경쟁이 투자상품과 수익률을 넘어 고객의 취향과 건강, 가족까지 관리하는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런 ‘비금융 서비스’는 은행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높여 새로운 금융 거래로 이어지는 효과도 내고 있다. 우리은행이 최근 명품 자동차 브랜드 마이바흐와 연계해 마련한 행사에서는 전문 카레이서가 고객과 가족에게 직접 시승 경험을 제공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고객과 가족은 이후 우리은행과 새롭게 거래를 시작해 금융자산을 입금하고 맞춤형 상품 상담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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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입장에서도 고액자산가와 장기간 관계를 맺을 수 있는 WM은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패밀리오피스와 시니어 특화센터, 신탁 사업 등을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초고액자산가를 겨냥해 ‘KB the FIRST 패밀리오피스’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처럼 고객이 요청할 때 상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부동산·세무·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영업 전략도 바꿨다.
관리 대상도 개인의 금융자산에 머물지 않는다. 상속·증여와 가업승계는 물론 부동산 매입·개발·관리, 법인금융,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까지 한꺼번에 제공한다. 법무법인과 연계한 복잡한 자산승계 컨설팅과 후계자 교육도 추진한다. 현재 1조원 초반대인 패밀리오피스 자산을 연내 2조원 규모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고령 자산가가 늘면서 이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하나은행의 ‘치매안심 금융센터’가 대표적이다. 치매 등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고객이 평생 모은 재산이 있어도 스스로 금융거래를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른바 ‘치매머니’ 문제다. 하나은행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치매 예방 단계부터 발병 이후까지 시니어 고객과 가족을 지원하는 금융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2024년 10월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더넥스트’를 출범한 뒤 상속·증여 등 자산관리뿐 아니라 치매 예방, 건강, 재취업 등 노후생활 전반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리은행은 마이바흐 행사 외에도 금융상품 밖에서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넓히고 있다. 호텔 숙박과 다이닝, 건강검진, 스파, 프리미엄 식품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위스키 도슨트 클래스와 프리미엄 다이닝을 결합한 세미나도 열고 있다. 자산가들이 단순히 금융시장 전망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취향을 공유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투자·부동산·세무 중심이었던 ‘투체어스 매거진’도 문화·예술·골프 등으로 콘텐츠 영역을 넓혔다. 이 같은 서비스는 기존 고객을 붙잡는 것을 넘어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는 통로로도 활용되고 있다. 기존 고액자산가가 가족이나 지인을 행사에 데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은행을 경험하게 하고, 이들이 다시 금융상담과 신규 거래로 이어지는 식이다.
신한은행도 은행 밖에서 고액자산가를 만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기업과 임직원을 찾아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워크플레이스 WM’을 올해부터 신세계백화점과 현대건설 ‘디에이치’ 등 고객의 일상 영역으로 확장했다. 신세계 VIP에게는 세무·부동산 등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실제 신규 고객 유치로 이어졌고, 디에이치 입주민에게도 맞춤형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도 고액자산가 전용 서비스와 지역 WM센터를 연계해 투자·세무·은퇴설계 등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WM의 외연을 넓히는 것은 결국 자산가와의 관계를 얼마나 오래, 깊게 가져가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어서다. 투자상품이나 금리는 다른 금융회사가 비슷한 조건을 내놓을 수 있지만 상속과 노후, 건강, 취향처럼 고객의 생애 전반에 걸쳐 형성된 관계는 쉽게 옮겨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산가 고객이 은행에 기대하는 가치는 더 이상 금융상품과 수익률에만 머물지 않는다”며 “고객의 자산은 물론 건강, 취향까지 살피는 일상관리형 WM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