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마지막길까지 南北 가교 역할하나..北, 조문단 보내올까

김영환 기자I 2019.06.11 18:07:50

김정일 사망 때 상주 김정은 만난 李여사..北, 조문단 파견 가능성
고위급 조문단 파견 온다면 경색 국면 남북 대화 돌파구 관측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빈소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에 마련되어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부음을 11일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측에 전달하면서 북한의 조문단 파견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대통령과 함께 한반도 평화에 힘써왔던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까지 교착 국면에 놓인 남북 교류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통일부는 전날 별세한 고인의 부음을 11일 오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부음 전달은 이 여사 장례위원회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부음이 북측에 전달되면서 북한이 고위급 인사로 구성된 조문단을 보내올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물론, 우리와도 냉각기를 가졌던 북한이지만 생전 남북 관계에 힘을 쏟았던 고인의 서거를 외면하기 어렵다.

고인은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때 방북해 상주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애도를 표했다. 당시 북측은 외국 조문사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 여사만은 예외였다. 이 여사는 김정은 위원장을 위로했고 김 위원장은 “멀리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더욱이 고인의 방북 때 김 위원장은 지난 2000년 6월15일 남북 정상회담 때 수준의 높은 의전을 직접 지시했던 바 있다. 고인의 장례식 기간 동안 북측이 김 전 대통령에 준하는 고위급 인사를 조문단으로 보내올 것이 유력한 이유다.

지난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은 바로 다음 날 서거를 애도하는 조전을 조선중앙통신으로 내보냈고 조문단 파견을 타진해 서거 3일 뒤에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아태 실장 원동연, 아태 참사 리현·맹경일, 국방위 기술일꾼 김은주 등 6명의 조문단을 보내왔다.

북측이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해올 경우, 자연스럽게 우리측 인사들과 고위급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북측은 1박2일 일정으로 조문단을 보냈지만 일정을 하루 늘려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접견까지 했다. 조문단 역할과 함께 ‘대남 특사’ 역할까지 수행한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전열 정비를 마무리지은 것으로 여겨지는 북측이 경색 국면에 놓인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 그리고 조문단의 위상 여부가 향후 김 위원장의 남북대화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고 말했다.

조문단에는 박광호 당중앙위원회 선전담당 부위원장과 장금철 신임 통일전선부장 등이 방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장금철 통전부장이 방남할 경우, 통전부장 교체 이후 처음으로 남측에 모습을 보이게 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