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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3% 성장 경로로 순항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반 년 만에 최고인 1.1%를 기록했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화하는데 따른 우려가 있음에도, 기조적인 성장세는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해도 年 3% 성장률 청신호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1.1%를 보였다. 지난해 3분기(1.4%)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8%. 반 년 전인 지난해 3분기(3.8%) 이후 최고치다.
이는 당초 시장의 예상치(1.0%)에 부합하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0.2%)이 워낙 낮았던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는 데다, 성장세 전반도 양호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설비투자가 고공행진을 했다. 1분기 증가율은 전기 대비 5.2%였다. 2016년 4분기(6.5%) 이후 5분기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증가율은 9.2%에 달했다. 1년 넘게 10% 안팎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용장비 투자가 호조였다”고 말했다. 1분기 수출 증가율은 4.4%였다. 반 년 전인 지난해 3분기(5.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005930)가 반도체를 앞세워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게 이같은 거시 지표에 반영돼 있다.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무려 16조원에 육박했다.
민간소비도 비교적 양호했다는 평가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이후 2.1%→2.4%→2.6%→3.4%→3.4%(전년 동기 대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기저효과와 수출 호조 등 이미 예고된 회복에 더해 설비투자 선방 등 기대하지 않았던 선전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관심은 현재 성장세가 정부와 한은의 전망 경로에 있는지 여부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3년 만에 연 3%대(3.1%) 성장을 했고, 올해도 3%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향후 분기 성장률이 0.77%~0.82% 정도면 3%대가 가능하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지금처럼 기조적인 성장 흐름이 이어진다면 3%는 무난할 것”이라고 했다. 코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도 호재로 꼽힌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감소하기 때문에 소비심리가 개선되는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밝아진 ‘금리 인상 깜빡이’
한은이 이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허진호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우리 수출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으로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임금도 오를 것으로 한은은 봤다. “올해 명목임금 상승률이 3%대 중후반 정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4~2016년 3년간 명목임금 상승률은 2.5%→3.5%→3.8%로 확대됐다가, 지난해 2.7%로 급락했다. 그런데 올해는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은 올해 이후 GDP갭(실질GDP-잠재GDP)의 플러스(+) 폭이 더 확대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플러스의 GDP갭은 기초체력상 달성할 수 있는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경기 측면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부담이 작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상 깜빡이’가 더 밝아졌다는 것이다. 이날 한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도 다소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채권시장 한 인사는 “성장 모멘텀이 이어진다면 한은이 올해 최소 한 번 정도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