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최근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잡화점 점주 백형옥 씨는 웃음을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35년간 같은 자리에서 잡화점을 운영해 왔다는 백씨는 “남대문시장에도 이런 날이 오다니 너무나 좋다”며 “젊은 사람들이 오니까 활력이 넘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찾는 손님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남대문시장이 목욕용품 성지로 알려지며 활기가 돌고 있다. 남대문시장이 ‘목욕용품 성지’로 부상한 이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이 컸다.
최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는 자신의 목욕가방 속 아이템을 소개하는 ‘왓츠 인 마이 사우나백(What’s in my sauna bag)‘ 콘텐츠와 ’남대문 목욕용품 추천‘, ’남대문 사우나템 성지‘, ’남대문시장 코스 총정리‘ 등 실제 방문 콘텐츠가 확산하며 2030세대의 주목을 받았다. 오늘 기준 인스타그램 ’남대문‘ 해시태그 게시물은 27만 4000건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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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평일 낮에 방문했지만 2030세대 손님들로 가득 차 상점과 상점 사이를 지나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상가 입구 앞 첫 번째 가게에는 20여 명의 손님이 5m도 되지 않는 매대 앞을 가득 메웠다. 손님들은 허리를 숙인 채 캐릭터 때타월, 사우나 방석, 때밀이 장갑, 목욕 비누, 방수 목욕 가방 등 진열된 목욕용품을 직접 만져보고 비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목욕용품의 가격은 2000~7000원대로 비교적 저렴했다.
손님들은 매대 앞에서 때타월을 들어 올리며 “이건 얼마예요?” “사장님 이거는요?”라고 물었고, 상인들은 “짧은 건 2000원, 긴 건 4000원!”이라고 외쳤다. 또한 손님들은 “이것 좀 만져봐 부드러워” “색깔이 진짜 많네” 등의 대화를 나누며 제품을 골랐다.
경기 오산에서 남대문시장을 찾은 대학생 강민지(23)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남대문시장의 목욕용품 유행을 보고 구매 욕구가 생겨 이날 처음 남대문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강씨는 “SNS 알고리즘에 목욕용품 진열된 게 자꾸 나왔다”며 “(목욕용품이) 색깔도 많고 너무 예쁘다고 생각돼 구매욕구가 생겼다. 2시간이나 걸려서 왔다”고 말했다. 강 씨는 평소에 대중목욕탕을 찾지 않지만 캐릭터 때타월, 목욕 비누 등 목욕용품을 3만원어치 구매했다.
30년 넘게 타월 판매점을 운영한 박주호(50대) 씨는 “목욕용품 유행 전에는 사람이 노인 1~2명 다니는 게 전부였다”며 “이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남대문시장 근처에 살았지만 SNS를 보고 처음 남대문시장을 찾았다는 30대 여성 A씨도 구매한 목욕용품을 보여주며 “이렇게 많이 살 생각이 없었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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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용품 유행에 힘입어 남대문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R-ONE)에 따르면 남대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4년 2분기 9.6%에서 2026년 2분기 6.1%로 2년 새 3.5%포인트 하락했다.
차주태 남대문대도종합상가 상인회 상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직격탄을 맞아 남대문시장 점포 중 매년 약 15~16개(약 10%)의 점포가 문을 닫았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목욕용품 유행 이후 6년 만에 빈 가게에 입점하는 계약이 있었다”며 “상인들도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젓자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차 상무는 ’광장시장 바가지요금 논란‘을 언급하면서 “좋은 기회에 한 두 상인들로 인해 한꺼번에 다 망가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상인회 측에서 상인들에게 친절한 손님 응대를 독려했다”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목욕용품 유행에 대해 “2030세대가 또 다른 소비의 재미를 찾은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탐험이나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가게를 찾아가는 과정과 해당 점포를 발견할 때 느끼는 기쁨에서 재미로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 팔리는 제품 위주로 표준화된 상품을 진열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시장에서는 다양한 구색의 목욕용품을 직접 만져보고 고를 수 있어 소꿉놀이 장난감 고르듯이 구경하고 구매하는 재미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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