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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탈취 입증장벽 허문다…‘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범부처 첫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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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기자I 2026.01.29 16:17:38

상생협력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기술탈취 근절 제도적 전환점
전문가 사실조사·당사자 신문·자료보전 명령 등 3대 패키지 마련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를 둘러싼 입증 장벽이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기술자료를 보유한 대기업 등에 비해 구조적으로 불리했던 중소기업의 증거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K-디스커버리)가 범부처 차원에서 처음 도입된다.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뒷받침하는 법안으로 지난해 9월 발표한 기술탈취 근절 방안의 후속 조치다.

그동안 기술탈취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 중소기업은 증거를 대부분 가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정보 비대칭에 놓여 있었다. 실제로 기술탈취 피해 기업들은 입증 곤란, 소송 장기화, 과도한 비용 부담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아 왔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기술 선진국이 이미 증거개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에는 유사한 제도가 없어 제도 공백에 대한 지적도 이어져 왔다.

개정된 상생협력법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 수단을 도입했다. 우선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당사자의 사무실이나 공장 등을 방문해 자료를 열람하고 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조사 결과는 법원이 증거로 인정할 수 있어 기술자료 유용 여부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법정 외 당사자 신문 제도도 새롭게 마련됐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녹음이나 영상녹화 방식으로 당사자 간 신문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법원은 기술자료 유용 행위 입증이나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가 훼손되거나 멸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료 보전을 명령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법원이 사건의 실체 파악과 신속한 재판을 위해 중기부가 수행한 행정조사 자료 제출을 명할 수 있는 권한도 신설됐다. 수·위탁 거래 계약 체결 이전에 발생한 기술자료 유용 행위까지 법 적용 범위를 넓혀 보호 사각지대도 줄였다.

중기부는 이번 제도 도입으로 피해 중소기업의 증거 확보가 한층 수월해지면서 권리 구제 가능성과 정당한 손해배상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거 접근성이 강화되면 기술탈취에 대한 예방 효과도 커지고 전문가 조사 중심의 사실 확인을 통해 기술 소송의 장기화 문제 역시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의 도입은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이 증거 접근권을 확보하는 제도적 전환점”이라며 “중소기업의 땀과 노력으로 개발한 기술이 정당하게 대우받고 두텁게 보호될 수 있는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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