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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AI 믿고 ‘플립’했다가 낭패…서류 한 장에 투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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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I 2026.06.08 18:19:04

美 진출 위해 본사 이전하는 ‘플립’ 스타트업 증가
AI 번역·저가 컨설팅 의존했다가 현지 투자서 제동
전문가 “초기부터 美 투자 관행 맞춘 구조 설계 필요”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올해 초 미국으로 본사를 옮긴 A 기업. 서류상 엄연한 미국 회사로 탈바꿈했지만, 신규 투자 라운드를 돌던 중 현지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로부터 “진짜 미국 회사가 맞느냐”는 질문 세례를 받았다. 이사회 구성이나 의사결정 구조가 실리콘밸리 표준과 전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내 다수 스타트업이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1순위 지역으로 미국을 꼽는다. 이때 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플립(flip)’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플립을 돕는 브로커나 컨설팅펌, 법무법인도 늘었다. 그러나 이처럼 정작 플립 후 현지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 종종 생기고 있다. 현지 법과 거래 관행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플립 전 단계부터 법무·세무·거버넌스 구조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절차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사진=챗GPT)


8일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플립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이달초 발간한 ‘2026 미국 소재 한국계 스타트업’ 자료를 보면 조사대상 165개사 중 32개사(16.6%)가 플립한 걸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초기 사업을 시작한 이후 미국 법인을 본사로 전환하는 기업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설립된 기업 중 플립 사례는 연평균 약 2.25건 수준이다. 그러나 2020년 이후에는 연평균 약 3.33건(연간 1~5건)이 됐다.

문제는 플립 과정에서 벌어진다. 국내 VC 업계 한 관계자는 “챗GPT나 제미나이 등 챗봇형 인공지능(AI)으로 문서를 생성해 우리나라에서 받은 투자와 관련된 서류를 영어로 그대로 번역해 문제가 생겼다고 도움을 요청한 경우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AI 문서 생성 기술 발전하며 겉으로 그럴듯한 문서가 만들어진다. 이를 기반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 채 그냥 플립을 진행해서다.

국내 스타트업이 현지로 플립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금 조달’에 있다. 다수 현지 VC가 국내 법과 컴플라이언스를 고려해 국내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에 투자하길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글로벌 VC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선 플립을 염두에 두거나, 이미 플립을 한 상태여야 한다. 이때 한국에서 투자받은 기존 서류를 현지 제대로 번역하거나 처리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다.

기존 주주와 마찰이 발생하는 예도 있다. 주주들이 자신의 지분이 어떻게 전환되는지, 전환 후에도 권리가 어떻게 보호되는지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다. 플립 시 주주들이 일부 권리를 포기하거나 변동하는 게 불가피할 수 있다. 이때 형식적인 동의서만 받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실질적인 고지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기존 투자 관계 복잡할수록 “권리 의무를 미국식 투자 서류에 적절하게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상용 VPLG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전문성이 부족한 곳에 맡기거나 AI에 의존해 혼자 해결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정작 중요한 기회를 놓치거나 구조를 바로잡는 데 처음보다 몇 배 더 큰 비용을 지출하게 되니 양국 법률 수요를 모두 충족할 역량이 있는 곳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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