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혈액·바이오테라피 분야 최고 권위 기관인 미국혈액·바이오테라피학회(AABB)는 최근 도널드 시걸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2026년 ‘에밀리 쿨리 기념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에밀리 쿨리 기념상은 수혈의학과 세포치료를 아우르는 바이오테라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세우고 후학 양성에 헌신한 석학에게 수여되는 AABB의 대표 학술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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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걸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 병리학 및 임상병리학과 교수로, 1999년부터 20년 넘게 세포치료제 연구개발(R&D)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현재는 펜실베이니아대 첨단세포치료센터(CACT)에서 환자 투여용 임상 세포와 백신 생산 설비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이 센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를 포함해 3000건 이상의 세포치료제를 성공적으로 제조해 낸 글로벌 핵심 기지다. 시걸 교수의 학문적 뿌리는 CAR-T 치료제가 암세포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데 핵심 무기로 쓰이는 항체공학과 맞닿아 있다.
그는 1991년 수혈의학에 접목할 박테리오파지 표면 발현(파지 디스플레이) 기술 연구로 AABB 재단의 초기 연구 지원을 받았다. 당시 축적한 항체 라이브러리 기술은 훗날 CAR-T 세포가 암세포 항원을 선별적으로 인식하도록 돕는 단일사슬항체(scFv) 개발의 핵심 초석이 됐다. 특히 ‘CAR-T의 아버지’로 불리는 칼 준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손잡고 초기 연구와 임상 설계를 함께 이끌었다.
2011년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말기 환자에서 확인된 CAR-T의 치료 효능을 목격한 이후 유전자 가위와 세포공학 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해 왔다.
시걸 교수의 세포치료 연구 이면에는 난치병 환자를 살리기 위한 헌신의 일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에게 항체공학의 기틀을 전수한 스승이자 동료 연구자인 카를로스 바르바스 박사가 2013년 희귀 난치 질환인 수질갑상선암(MTC)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이에 시걸 교수 연구팀은 동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과 두 달 반 만에 수질갑상선암을 표적하는 전용 CAR-T 치료제를 긴급 설계해 제작했다.
바르바스 박사는 치료제 투여를 앞두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으나 연구는 멈추지 않았다. 연구진은 비임상 데이터를 보강해 FDA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Investigational New Drug) 승인을 취득했으며, 펜실베이니아대 병원에서 다른 수질갑상선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정식 임상 연구를 이어갔다. 동료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작된 절박한 연구가 난치암 환자 전체를 위한 치료 옵션으로 확장된 셈이다.
시걸 교수는 기존 1·2세대 치료제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펜실베이니아대 출신 핵심 연구진과 함께 차세대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사 베리스모 테라퓨틱를 공동 창업했다. 혈액암에서 기적 같은 완치율을 입증한 기존 CAR-T는 고형암 진입 시 단단한 종양 기질 장벽과 면역억제 미세환경, T세포의 급격한 기능 저하(탈진) 문제로 치료 효능이 급감하는 한계를 보여왔다.
베리스모는 자연살해(NK) 세포의 수용체 구조를 모방한 독자 플랫폼 ‘KIR-CAR’를 앞세워 고형암 공략에 나섰다. KIR-CAR는 종양 미세환경 내에서도 T세포 탈진을 지연시키고 면역 시냅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항암 활성을 장기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파이프라인 개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메소텔린 과발현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선도 물질 ‘SynKIR-110’은 올해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발표해 안전성과 우수한 초기 항종양 활성을 입증했다. 재발성·불응성 혈액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SynKIR-310’ 역시 임상 1상을 순조롭게 밟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추가 중간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시걸 교수는 세포치료제의 차기 목적지가 종양학을 넘어 만성 염증성 질환 전반으로 넓어질 것으로 확신했다. 실제 전신홍반루푸스(SLE)와 전신경화증 환자에게 CAR-T를 단 1회 투여해 비정상 B세포를 제거함으로써 장기 무약물 관해를 유도한 임상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심근경색 후 심장 섬유화를 막거나 혈관벽 경화를 개선하는 심혈관질환 치료 영역으로도 연구 반경이 넓어지는 추세다.
다만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인 천문학적인 치료 비용과 복잡한 맞춤형 생산 공정은 시급히 넘어야 할 과제다. 현재의 자가 CAR-T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해 외부 무균 시설에서 바이러스 벡터로 유전자를 조작한 뒤 다시 배양해 주입해야 한다. 이로 인해 수주의 제조 기간이 소요되며 1회 투약 비용만 수억 에 달한다.
시걸 교수는 “인비보 기술이 안착하면 세포를 외부에서 배양할 필요가 없어 제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즉각적인 투약이 가능해져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며 “글로벌 연구진들이 긍정적인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는 만큼 환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차세대 세포치료제의 상용화가 머지않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