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삼성전자를 교섭 상대로 끌어들이기 위해 개정 노동조합법인 ‘노란봉투법’을 활용한 것을 두고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는 26일부터 예고된 총파업 역시 살아 있는 세포를 다루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특성상 품질과 공급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노사 갈등이 산업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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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삼성전자 사용자성 인정 어려워”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삼성전자에 교섭을 요구하면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개정 노조법상 삼성전자를 삼성바이오로직스 근로자의 ‘실질적 사용자’로 볼 수 있느냐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삼성전자가 그룹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사·보상 제도에 관여해온 만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별도의 인사 조직과 의사결정 체계를 갖춘 독립 법인이라, 계열사 간 가이드라인이나 협의만으로 삼성전자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인사·보상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개별 근로자의 임금이나 산업안전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룹 공통 사항에 대해 하나의 지침을 제시하는 것과 근로자들의 임금이나 산업안전 등을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노란봉투법은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인데, 대기업 노조가 이걸 활용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노란봉투법을 없애자는 얘기와도 같다”고 비판했다.
경영계도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사용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경영계 입장”이라며 “삼성전자는 1대주주도 아닌 2대주주이며, 어떻게 보면 거래처로 볼 수 있는 회사인데 거래처를 사용자로 인정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는 7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사측의 3조원 규모 유상증자 청약 일정 보류 및 재검토를 요청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회사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 조달 방안에도 문제를 삼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상증자는 이사회 결의 사항이기 때문에 구속력 있는 발언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반년 넘게 임금 인상과 인사제도 등을 놓고 협상을 이어오고 있지만 좀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9.5%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이 이에 난색을 표하며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노조는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이달 26일부터 3주간 2차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바이오 생산은 ‘멈추면 끝’…파업에 中 추격 허용할 수도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차질이 고객사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하는 만큼 공정이 시작되면 중간에 멈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승훈 인하대 바이오제약공학과 교수는 “바이오 공정은 다양한 공정을 순차적으로 거쳐야 하나의 제품이 나온다”며 “살아 있는 세포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중간에 멈추면 세포가 죽거나 손상을 받아 양질의 제품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야간 교대근무를 통해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시간에도 세포가 성장하며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지속적인 공정 모니터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객사와의 신뢰가 흔들린다는 게 장기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DMO 업체를 선택하는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정해진 품질의 제품을 약속한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래하는 기업들은 로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빅파마들이 주를 이룬다.
이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측면”이라며 “고객사가 원하는 품질과 공급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 향후 추가 계약을 맺을 때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CDMO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경쟁사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이 교수는 “중국이 후발주자지만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고, 중국은 파업 등 노조 리스크도 없다”며 “삼성이 내부적인 문제로 고객사 신뢰를 잃는다면 빅파마들이 중국 업체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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