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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함상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해군의 역할을 강조했다. 힘을 통한 평화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튼튼한 안보와 국방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정전상태이다. 남과 북은 이제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선언했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며 “평화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은 그 길을 끝끝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국방력이다. 그 중에서도 해군력은 개방·통상 국가의 국력을 상징한다”며 “해양강국은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대한민국 해군은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이어받은 최강의 해군”이라고 격찬했다.
이어 해군기지 찬반을 둘러싸고 장기간 지속돼온 강정마을의 고통에는 유감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곳 해군기지를 전쟁의 거점이 아니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면서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서 제주도민들이 겪게 된 아픔을 깊이 위로한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국제관함식 개최에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19대 대선후보 시절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와 사법처리 대상자 사면을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늘 국제관함식은 한반도 평화를 알리는 뱃고동소리가 될 것”이라면서 “제주도의 평화정신이 군과 하나가 될 때 제주 국제관함식은 세계 해군의 화합과 우정을 나누는 축제를 넘어 인류평화와 번영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관함식 이후 강정마을로 이동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지난 11년 동안에 몸과 마음을 다친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정부가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공사 방해로 사법처리된 주민들의 사면복권이 필요하다는 강희봉 마을회장의 건의에 “정부의 구상권 청구는 이미 철회가 됐다. 사면복권이 남은 과제인데 관련된 재판이 모두 확정되어야만 할 수 있다”며 “그렇게 관련된 사건이 모두 확정되는 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강정마을 공동체 붕괴와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실상 사과했다.
한편 제주 남방해역과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일대에서 열린 이번 국제관함식에는 12개국 19척의 외국 군함과 46개국 대표단이 참가했다. 관함식은 국가통치권자가 군함의 전투태세와 장병들의 군기를 검열하는 해상사열 의식으로 함정 40척과 항공기 24대가 참가했다. 특히 각국 해군이 함께하는 국제관함식은 참가국 간 우의를 다지는 세계 해군의 축제로 불린다. 국제관함식의 제주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성산일출봉의 이름을 딴 일출봉함이 좌승함으로 선정됐고 ‘일출봉함’에는 조선수군 대장기인 ‘수자기(帥子旗)’가 게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