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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거래소는 삼성물산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매입 검토 보도와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삼성물산은 공시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매입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삼성물산 고위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실제 진행사항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인수설은 “계획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단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모양새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근거로는 우선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으로부터 확보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젠이 오는 6월 말까지 ‘50%-1주’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야 한다.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 삼성물산으로서는 ‘팔 사람의 생각도 모른 채 살 사람이 설레발을 치는’ 모양으로 비쳐질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처음 설립될 당시 바이오젠이 15%의 지분으로 투자했다. 당시 비용으로는 247억원 규모다. 이후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현재까지 총 558억원을 투자해 지분 5.4%(111만 5784주)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만 한 것이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개발경험이 부족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여러가지 컨설팅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판권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두 회사는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현재 지분구조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전문으로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94.6%, 바이오젠이 5.4%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0%+1주, 바이오젠은 50%-1주가 된다. 바이오젠이 적대적 관계로 돌아선다고 해도 경영권은 지킬 수 있다.
하지만 현재처럼 삼성바이오에피스 마음대로 경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외이사는 삼성 측이 3명, 바이오젠 측이 1명으로 구성됐다.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경영하는 형태로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이럴 경우 양 측의 이사 수가 동일해지고 대표이사도 공동대표이사 체체로 전환될 수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율을 늘릴 필요가 있다. 때문에 향후 바이오젠이 확보하게 될 주식 물량 중 상당수를 올 하반기 중 인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바이오젠 입장에서 봐도 6월 이전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 외에 대안은 없어 보인다. 행사하지 않을 경우 권리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콜옵션을 주식발행가(5만원)에 행사할 경우 바이오젠은 약 4000억원을 들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44.6%을 확보할 수 있다. 지금까지 투자한 558억원을 합치면 4558억원을 투자하게 되는 것.
시장에서 생각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사가치(약 10조원)을 고려하면 콜옵션 행사로 바이오젠은 대략 4조5000억원을 벌 수 있다. 콜옵션을 포기하면 이 수익은 사라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바이오젠 주주 입장에서 경영진을 배임으로 소송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와 이후 삼성물산의 지분 인수는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고, 바이오젠 입장에서는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삼성물산이 “계획이 없다”는 공식적인 답변으로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향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