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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자발적 자기격리' 아파도 병원 안가고 바깥활동 포기

신하영 기자I 2015.06.11 19:35:47

다니던 병원 치료 중단하고 약국서 약만 지어 먹어
"정부 발표 병원명단 못 믿어 병원 안가고 버텨"
광명 이케아 세일행사 사태 진정 때까지 연기 결정

[이데일리 신하영·조용석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민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 예약해 놓은 병원 진료를 취소하거나 학교 휴업 탓에 자녀를 돌보기 위해 여름휴가를 당겨쓰기도 한다. 공연, 스포츠 관람 같은 문화생활과 야외활동을 포기하고 가족들과 ‘자발적 격리’를 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아파도 병원 안가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에 열 감지기가 설치되어 있다.(이데일리DB)
보건당국에 따르면 11일 현재 메르스 환자 발생·경유 병원은 55곳이다. 이들 병원에서는 예약진료를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검사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중 일부는 날짜 연기를 원하는데 해당 날짜의 예약이 마감돼 있으면 ‘(환자가 발생한) 병원 잘못인데 날짜를 왜 안 잡아주느냐’고 생떼를 부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외래 환자 중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나온 서울소재 A병원에도 예약환자들의 문의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온다. “감염 걱정이 없느냐”는 문의가 대부분이다. 이 병원 간호사 B씨는 “메르스 환자 발생 후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해도 못 미더워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최모(42)씨는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환자 경유 병원 명단을 믿을 수 없어서 병원을 가는 대신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었다”며 “어머니도 병원 가기 무섭다고 관절염 치료를 중단하셔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메르스 감염 걱정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국민안심병원’을 지정해 운영한다. 국민안심병원은 메르스와 초기 증상 구분이 어려운 각종 호흡기질환 환자를 분리된 공간에서 선별 진료하고, 폐렴 의심환자는 1인 1실 방식으로 입원시켜 메르스 전파 위험을 방지한다.

◇ 이케아 세일행사도 연기

전국 휴업학교 2431개교 중 경기도(1755개교)에 있는 학교가 3분의 2나 된다. 휴강에 들어간 학원도 2467곳에 이른다. 도내 전체 학원(2만 49곳) 중 12.6%나 된다. 학교와 학원이 함께 문을 닫으면서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회사를 쉬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메르스로 인한 휴업 장기화를 우려한다. 경기도는 12일로 메르스 휴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다만 특별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연장 여부는 학교장이 교육청과 보건당국, 학교운영위원회 협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했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워킹맘 김모(42)씨는 “학교뿐만 아니라 학원도 휴강에 들어가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여름휴가를 당겨썼다”며 “다음주까지 학교 학원이 계속 쉬면 아이를 시골 부모님 집에 맡길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메르스는 스포츠 경기마저 위협한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6월의 프로야구 평균 관중은 일평균 8172명으로 전달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프로축구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과 7일에 전국 6개 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경기에는 총 3만2098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14라운드까지 평균 관중 8872명에 비해 39.7%가 줄어든 수치다.

그밖에도 남녀역도선수권대회, 롤러국가대표선발전, 협회장기태권도대회, 종별 배드민턴 선수권대회 등 각종 스포츠 이벤트들도 메르스 우려로 인해 연기하거나 취소됐다.

경기도 광명시는 11일 열린 이케아 광명점 세일행사에 수천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리자 이케아 측에 행사 연기를 요청, 이케아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세일행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메르스 사태` 종식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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