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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방위산업 MRO 기회,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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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기자I 2025.05.13 16:47:34

양찬 방위산업진흥회 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2024년 글로벌 조선업은 슈퍼사이클이 도래하고, 수요와 공급, 기술과 정책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등 격변기를 맞이했다. 국제 해사기구(IMO·The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온실가스 감축 등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암모니아 같은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 수요가 급증했다.

양찬 방위산업진흥회 방산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아울러 미·중 갈등 속에 선박 건조와 더불어 함정 유지·보수·정비사업(MRO) 소요가 조선업계의 호재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조선업은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중국에 밀려, 2024년 수주 점유율이 16.7%로 2년 연속 하락했고, 컨테이너선, 탱커 등 일부 선종에서는 10%대 점유율에 그치는 등 아쉬운 실적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 해군의 함정 노후화 개선 정책으로 인해 방산 MRO 산업은 한국 조선업의 고도화와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군 함정은 지속적인 성능유지와 정밀 정비가 필수적인 특수선으로 분류된다. 특히 정비주기와 품질이 전력 운영에 직결되는 만큼, 조선소가 보유한 고도의 기술역량을 민군 협력 기반으로 전환하는 데 최적화된 대상이다.

현재 글로벌 조선 시장은 단순 건조 중심에서 생애주기 전반을 포괄하는 MRO 기반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는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확장 기회를 의미한다. 선박은 보통 30년 이상 운용되며, 이 기간 동안 유지·정비에 소요되는 비용은 초기 획득 비용의 수 배에 달할 수 있다. 특히 함정의 경우는 작전 가동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이고 정밀한 정비가 필수적이며, 전력 유지의 핵심 요소로 MRO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방산 MRO 산업을 통해 조선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 해군력 유지와 조선업 생태계 강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의 조선 인프라 재건 및 MRO 수요 확대

최근 미국은 조선업 강화법과 해군(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 발의를 통해 자국의 조선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중국에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는 이미 2024년 보고서를 통해, 미국 해군의 전투 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의 조선 인프라와 민간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국 민간 조선소와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와 ABR(Agreement for Boat Repair)를 체결해 해군 함정 MRO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민간 조선 산업과 군이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제공하며, 우리나라의 함정 건조 및 수리 역량 확충과 한미 동맹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해군은 정조대왕함급, 장보고-III급, FFX급 등 첨단 무기체계의 획득을 통해 전력구조를 질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MRO 기술의 첨단화와 전문화가 요구됨에 따라 MRO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함정의 대형화와 첨단화에 비해 해군의 정비 인프라는 해군기지와 일부 대형 조선소에 편중돼 있다. 이에 정비 효율성과 긴급 대응성에 한계가 있다. 정비 인력은 여러 가지의 이유로 감소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비기술 또한 저하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민간 MRO 역량 활용을 대비해야할 절박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시점이다. 또 민간 조선소의 참여를 가로막는 인증절차, 높은 진입장벽, 불확실한 수요 예측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기적인 수요 예측에 기반해 민간 조선소와의 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수리 수요에 대해 민간 참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조선소의 움직임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방산 MRO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침체됐던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해 전통적인 조선도시인 거제, 목포, 울산 등은 지역 조선소와 협력해 해군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정비 전용 도크 확보, 선박수리 클러스터 조성, 방산 특화 산단 지정 등을 추진하며, 조선소들이 군 정비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역조선소와 지역 대학에서도 여기에 동참하는 분위기이다. 대형조선소와 중소조선소간 상호협력 MOU를 체결하고 있고, 지역대학은 지자체와 함께 전문 정비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체계 마련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MRO 산업은 단순히 정비산업의 활성화를 넘어 지역 인구 유입, 고용 창출, 산업 생태계 확산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래서 민·관·군 협력모델과 대중소 조선소 상생모델은 향후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제도 지원과 연계될 때 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산 MRO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

우리 조선업의 최근 1분기 실적은 큰 폭으로 호전됐다. 세계 조선업 시장에서의 건조 소요 증대와 미 해군 함정과 우리 해군 함정의 MRO 소요 증대가 예상되며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전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외 건조와 MRO의 많은 소요들이 대형 조선소에 집중되면서 과부하가 생길 수도 있고, 현재의 미국 조선업 선례를 따르지 않도록 대중소 조선소가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민간 조선소의 MRO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인증절차 간소화, 진입장벽 완화, 외국인 노동자 활용, 상시 수요 발굴 체계 마련, 품질관리, 정비항목 표준화 등을 통해 참여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대중소 조선소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군-대형 조선소-소형 조선소-기자재 등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협의체를 구성해 정보공유, 인력 교류, 원가 보전 등의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셋째,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한 정비 (지역)거점화를 통해 해군의 작전 효율성도 함께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군은 지역 거점을 통해 수시 MRO를 지원받으며 작전 준비태세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방산 MRO를 단순한 유지관리 사업이 아닌 미래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국가적 어젠다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성하여 정부-지자체-군-조선소-협력업체가 유기적으로 MRO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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