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전자투표 제공에 기업 솔깃 …“주주 찾아 전국 도는 수고는 덜겠네요”

박태진 기자I 2019.02.25 18:42:40

미래에셋대우, 전자투표 시스템 설명회 100명 참석
상장사들 “기대감 높아..정족수 확보 개선될 것”
내달 주총시즌 실효성 관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대우 사옥에서 열린 ‘플랫폼 V’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미래에셋대우)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서 1~2주 동안 부산이든 수도권이든 일일이 주주님 댁을 찾아가는 번거로움은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대기업 IR 담당자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대우(006800) 사옥에서 열린 전자투표 시스템 ‘플랫폼 V’의 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플랫폼 V는 미래에셋대우가 증권사 최초로 선보인 전자투표 시스템이다. 그간 주주총회 때마다 발생한 전자투표 참여율 저조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지난 2017년 12월 의결권 대리행사(섀도우보팅) 폐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장 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즉, 이 시스템이 탄생한 배경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절실한 기업에게 의결 정족수 확보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에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플랫폼 V 설명회에는 기업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해 새 전자투표 시스템에 관한 관심을 드러냈다. 설명회가 열린 컨퍼런스 룸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업 IR 관계자들로 가득 찼다.

플랫폼 V는 문자서비스, 카카오톡을 통한 주주총회 안내는 물론, 각종 주요사안 알림 서비스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통해서도 간편하게 주주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전자투표 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A기업 관계자는 “몇 년 전 감사를 선임할 때 3%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로만 제한을 해 주주권 행사에 제약이 많았고, 해당 주주들을 섭외하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며 “특히 위임장을 제출해야 할 때에는 우편물을 보내고 문자 메시지도 보냈지만 대부분은 우편물을 버리고 문자 메시지 답장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이제는 플랫폼 V를 통해 전보다 수월하게 전자투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기업 관계자는 “매년 겪는 일이지만 주주의결권을 한데 모으는 게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증권업계에서 다양한 노하우가 있는 미래에셋대우가 무료로 전자투표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소식에 올해는 기대해 볼만하다”고 강조했다.

C업체 관계자는 “섀도우보팅이 없어지는 등 제도가 바뀔 때 회사는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2차적인 보완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특히 회사가 주주들과 직접적인 접촉망이 없는 상태에서 중간에서 접촉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매개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플랫폼 V가 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정족수를 못 채우게 되면 경영상 큰 타격을 입게 되는데, 그 결과에 대해 같이 고민해 주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며 “그간 이런 도움을 주는 곳이 마땅치 않아 사설업체를 통해 일 년에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비용을 지급하면서까지 컨설팅을 받고 의결권을 모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플랫폼V가 상장 기업에게 실효성이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 오랜 노하우를 가진 증권사에서 내놓은 전자투표 시스템인 만큼 이전보다 개선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플랫폼 V가 어떻게 구현되고, 기업들이 기대했던 부분들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다음 달 주총 시즌을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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