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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6일새 1.5조원 '썰물'..환율 1191.5원 2년4개월래 최고

김정현 기자I 2019.05.16 16:28:37

16일 원·달러 환율 1191.50원 마감..2.90원↑
장중 하락하던 환율, 외국인 엑소더스에 '껑충'
환율 상승세 막을 재료 마땅치 않아.."더 오를듯"

16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전광판에는 이날 원·달러 환율 마감가인 1191.50원이 적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16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90원 초반대로 상승하며 연고점 기록을 다시 썼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2.90원 상승한(원화 가치 하락) 119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17년 1월 11일(1196.4원)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장중 한 때 1192.40원까지 올랐다. 이 역시 2017년 1월 11일(1202.0원·고가)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 행진 여파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4682억원 가량 매도 우위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23일(-5654억원) 이후 거의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난 9일 이후 6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이다. 6일동안 팔아치운 원화 자산만 1조4984억원 정도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국내 펀더멘털 우려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이 때문에 다시 환율이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도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 참가자들도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달러화 추격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이 빠른 시간 안에 상승하는 일종의 ‘쏠림’ 현상을 보였는데, 달러화 추격 매수세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날 발표된 호주 실업률 지표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호주통계청(ABS)은 이날 4월 실업률은 시장 예상치 5.0%보다 높은 5.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호주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할 환경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재료는 사라졌다. 외환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은 실종상태다. 수출 부진으로 인해 새로 손에 쥐는 달러가 줄어든 데다 지난 3월과 4월 네고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보유 달러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환율 상승을 예상한 수출업체들이 달러 매도를 일부러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은 것은 외환 당국이다. 장 막판 환율이 소폭이나마 상승 폭을 줄인 것은 당국에서 쏟아낸 것으로 추정되는 달러화 매도 물량이 유입 영향이 컸다.

한편 이날 중국 위안화 가치도 하락했지만, 원화 가치 하락 폭이 터 컸다. 장 마감 시간을 기준으로 볼 때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전날 달러당 6.8993위안에서 이날 6.9102위안으로 0.16% 상승했다(위안화 가치 0.16% 하락).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0.24% 올랐다(원화 가치 0.24% 하락).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장중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이 증폭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했다. 달러·위안 환율 상승세보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더 가팔랐다”며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위로 오를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1.20%, 1.65% 하락했다.

이날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합산 81억4500만달러였다. 장 마감께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88.58원이었다.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09.46엔,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1206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6.9102위안이었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 자료=마켓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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