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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반도 평화와 안정 확보를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베이징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한중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오늘 확대 정상회담과 소인수 정상회담을 합쳐서 2시간 15분 정도 한중정상회담이 진행이 됐다. 무려 예상 시간보다 1시간 이상 길게 회의가 진행됐다”며 “그만큼 양국 정상 간에 허심탄회하고 솔직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했다.
◇한중 정상, 한반도 전쟁불가론·北 비핵화 포함 모든 문제 평화적 해결 합의
한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첫째,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둘째,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셋째,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넷째,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4대 원칙에 합의했다.
특히 양자 방문 및 다자 정상회의에서의 회담은 물론 전화 통화, 서신 교환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을 활용해 정상간 ‘핫라인(Hot Line)’을 구축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또 한중 양국의 고위급 대화 활성화에도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 통상, 사회, 문화 및 인적 교류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오던 양국간 협력을 정치, 외교, 안보, 정당 간 협력 등 분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해 정상 차원은 물론 다양한 고위급 수준의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文대통령, 한미중 및 한중일 등 3자협의 활성화 제의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안정과 번영을 위해 한·중 양국은 물론 관련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미중, 한중일 등 다양한 형태의 3자 협의를 활성화하자고 제의했다.
양 정상은 또 북한의 도발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어 안보리 관련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포함해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회담 의제로 오른 ‘사드’, 한중 정상 충돌보다는 현상 유지 선택
사드 문제도 이날 회담 의제로 올랐다. 다만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한중 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시진핑 주석은 우선 사드 문제와 관련, 중국 측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 측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와 관련, “좌절을 겪으면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지금 양국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개선이 되고 있고,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관리를 잘해 나가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이른바 ‘10.31 한중 관계 개선’ 관련한 양국간 협의 결과를 평가하면서 “양국 중대 관심사에 대한 상호 존중의 정신에 기초해 양국 관계를 조속히 회복,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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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아름다움 동행 첫걸음” 기대…시진핑, 난징대학살 文 추모에 감사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상대방을 향한 따뜻한 마음도 드러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국빈 방중 초청과 따뜻한 환대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이번 방문이 양국 간에 아름다운 동행의 새롭고 좋은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난징대학살 80주년 계기에 문 대통령이 따뜻한 추모의 뜻을 표명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간 유구한 공영의 역사는 양국이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운명적 동반자임을 잘 보여준다며 최근 양국간 일시적 어려움도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 25년간 한중 관계가 양국 국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가져다 준 것은 물론, 역내 평화 안정에도 기여해 왔다”고 평가하면서 “한국과 함께 노력해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제 19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제시한 민주적인 리더십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가치들이 ‘사람이 먼저다’라는 본인의 정치철학과 국정목표와도 통하는 것이라면서 양국의 국가비전, 성장전략의 교집합을 바탕으로 양국의 미래성장 동력을 함께 마련하고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 분야의 협력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했다. 시 주석은 이에 양국 공동 발전을 위해 상호호혜적인 교류 협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文대통령·시진핑,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개시 선언 환영
한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경제분야 협력도 진전시키기로 했다. 우선 한·중 산업협력 단지 조성, 투자협력 기금 설치 등 그간 중단된 협력사업을 재개해 나가기로 하고, 양국 기업의 상대방 국가에 대한 투자 확대도 장려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러한 맥락에서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개시를 선언하게 된 것을 환영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어 △미세먼지 공동 저감 △암 관련 의료협력 등 환경·보건 협력 △교육·과학 협력 △신재생에너지 협력 △지방 정부간 협력을 증진시켜 나가자며 빅데이터, 인공지능, 5G, 드론, 전기자동차 등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함께 대비해 나가기 위한 미래지향적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文대통령 “평창올림픽 참석해 달라”…시진핑 “진지하게 검토할 것”
한편 한중 정상은 스포츠분야 교류를 확대하면서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양 정상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양국 간 인적교류를 활성화 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전세계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장이 되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시 주석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초청했고 시 주석은 “이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만약 참석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반드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양 정상은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는게 남북관계 개선 및 동북아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우리의 신북방·신남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간 궤를 같이 하는 측면이 있다며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중국 측이 중국 내 우리 독립운동 사적지 보호를 지원해 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시 주석은 한국 정부가 중국군 유해 송환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 중인데 대해 사의를 표명하면서 중국 내 한국의 독립운동 사적지 보존 사업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